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가 해외 동시기 개봉 국가에서도 기록적인 성과를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침체한 극장가를 되살릴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내에서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는 연 감독 전작 ‘부산행’의 속편 격으로 원인불명 바이러스가 열차를 덮친 후 4년이 흐르고 폐허가 된 반도에서 살아남고자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동원 이정현 등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200억 규모 블록버스터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깃거리로 185개국에 선판매되는 등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먼저 대만에서는 국내와 같은 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규모로 개봉해 ‘부산행’의 오프닝 기록을 경신했고 첫 주말까지 470만불(USD)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자리매김했다. 싱가포르에서 역시 첫 주말까지 79.5만불을 거둬들이면서 역대 한국 영화 첫 주말 스코어를 경신했다. 싱가포르가 현재 한 상영관 당 최대 50명 정도의 관객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흥행세다.
지난 16일 개봉한 말레이시아에서도 95.5만불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오는 24일 정식 개봉 예정이던 베트남에서는 주말 유료 시사회만으로 117만불 박스오피스를 달성했다. 이로써 ‘반도’는 개봉 첫 주말까지 국내(약 1320만불)와 동시기 개봉국가들을 합해 약 2000만불을 벌어들였다.
‘반도’의 흥행은 고사 위기에 처한 세계 극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년 1월 개봉을 앞둔 일본의 배급사 기가 코퍼레이션 톰 요다 대표는 “한국에서의 흥행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고 이는 아시안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큼이나 엔터테이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같다. ‘반도’가 2021년 일본의 영화산업을 부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화를 질주하는 좀비들의 스펙터클은 전편 이상이라는 평가이지만, 좀비들과의 혈투 사이사이 다양한 인물 군상을 녹여냈던 ‘부산행’보다는 이야기 구조가 단선적이라는 평도 더러 나온다.
‘반도’는 다음 달 23일 태국, 29일 라오스, 30일 덴마크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어 8월 6일 뉴질랜드, 7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북미, 8월 중순 호주, 러시아, 인도, 필리핀 등에서 차례로 개봉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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