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주택 공급확대, 특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 방안을 놓고 정부와 여당발 혼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 부처의 고위 당국자들이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가 당일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하는 등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연일 정리되지 않은 목소리로 가뜩이나 민감한 부동산 시장에 일치된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주무부처가 아닌 장관까지 그린벨트 문제에 숟가락을 얹으면서 정부 여당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과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이슈인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가 각각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싸고는 좀처럼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향후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이 논란에 ‘참전’한 상태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4일 아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발언부터 시작됐다. 김 장관은 당시 “공급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일 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부처 간 혼선이 일어났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다음 날인 15일 “(해제를) 검토한 적 없다”고 했으나 당정은 같은 날 서울시내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장기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입장도 당일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KBS 라디오에서 “(그린벨트 문제는) 정부가 이미 당정을 통해 의견을 정리했다. 논란을 풀어가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 언급은 정부와 여당이 그린벨트 해제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정부와 청와대는 ‘검토’가 곧바로 ‘결론’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이 정부 정책에 유례없이 민감한 시점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차기 대권·당권 주자들도 그린벨트 논란에 참전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정말 필수불가결한 곳이 아니면 (그린벨트 지역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김부겸 전 의원은 15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명박정부 때 수도권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집을 지었지만 투기꾼들에게 먹이만 제공하는 결과가 나왔다”며 불가 쪽에 손을 들어줬다.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1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 확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강남 요지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와중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해제 불가’ 입장을 천명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만 가중시켰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열어놓은 민주당도 내부적으론 온도 차가 크다. 당 지도부는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수도권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그린벨트를 해제한다 해도 실제 주택공급까진 7~8년이 걸린다. 단편적인 대책”이라고 반대했다. 지역구에 그린벨트가 있는 서울지역 한 의원은 “강남은 층고 제한이나 그린벨트 해제 등이 전면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백가쟁명’식으로 흐르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며 “공급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있는 당국자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이 서울시 반대에도 직권으로 해제 가능하느냐는 질문엔 “법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정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는 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해보자는 것이고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라며 “효과, 비용 측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가현 임성수 손재호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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