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불거지자 이놈은 더 날뛰었다…‘제2 조주빈’ 배준환

미성년자 수십명을 유인해 성착취물 1200여개를 제작하고 성인사이트에 이를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배준환이 1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청소년 44명 등 여성 52명의 성착취 영상물 수천개를 만들고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경남 거주 37세 배준환. 채팅방에 들어와 ‘미션’을 수행하면 ‘기콘(기프트콘)’이나 ‘문상(문화상품권)’을 준다며 청소년들을 유혹했다. “사진을 보내라”는 가벼운 주문부터 시작해 점점 노골적이고 가학적인 영상으로 수위를 높여갔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렇게 만든 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이 1293개나 된다. 66.5GB 분량이었다.

비슷한 수법의 n번방·박사방 사건이 불거진 이후 배준환은 오히려 더 날뛰었다. 국민일보의 ‘n번방 추적기’ 보도로 성착취 동영상 문제가 이슈화한 지난 3월부터 넉 달 동안 그가 피해자를 유인하려 개설한 채팅방은 무려 1000개에 달했다. 범행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이었다. 다수의 채팅방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보낼 상황별 메시지를 미리 작성해놓고 메시지 자동완성 기능을 이용해 발송했다. 업무 처리하듯 날짜별, 피해자별로 영상 파일을 정리해 축적했고, 음란사이트에 연재하듯 차례로 영상을 게시했다.

그를 검거한 제주경찰청의 오규식 사이버수사대장은 “배준환의 범행은 올해 성착취물 논란이 한창이던 기간에 오히려 집중됐다. 피해자 물색부터 채팅 응대, 파일 정리와 유포까지 전 과정을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성욕과 과시욕을 범행 동기로 지목했다. 음란사이트에 성착취 영상을 게재하며 주로 무료 게시물로 올렸고, 음란사이트 이용자들이 자신을 추앙하는 댓글을 올리면 이를 따로 파일로 정리해 보관했다.

피해 청소년 44명의 나이는 만 11~16세였다. 배준환이 이들에게 제공한 기프트콘·문화상품권은 영상물 1건당 1000~2만원이었다. 영상물의 수위가 높을수록 지급액을 높였다. 피해자 중 중학생 2명에게는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고, 성인 여성 8명과 직접 성관계를 하며 촬영한 불법 영상물 907개를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배준환은 전직 영어강사였던 이력을 줄여 ‘영강’이라는 닉네임으로 각종 사이트와 SNS에서 활동했다. 제주경찰청은 비슷한 혐의로 먼저 입건한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배준환의 범행을 파악해 검거했다. 배준환과 A씨는 음란사이트에 영상물을 올리면서 서로 알게 됐고,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했다고 한다. 경찰은 배준환이 A씨에게서 성착취물 제작 수법을 습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그램 대화에서 배준환은 A씨를 ‘사부’라고 칭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9일 배준환을 구속한 뒤 14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심의위는 n번방·박사방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후 오히려 성착취 영상물 제작에 열을 올리는 등 죄질이 나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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