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 저 웰시코기좀 봐,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짧은 꼬리가 살랑살랑하네?”
“저 푸들도 귀여운 걸! 민들레꽃처럼 봉긋한 꼬리 좀 봐.”
길을 걷다보면 꼬리가 짧은 개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긴 꼬리에 가려 보이지 않던 엉덩이가 걸을 때마다 씰룩씰룩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저 꼬리는 원래부터 짧았던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난 짧은 꼬리들은 대부분 어린 강아지 시절 인위적으로 짧게 잘린 것이죠. 단미라고도 하는 꼬리자르기에 대해서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꼬리의 모양과 역할
반려견의 꼬리는 척추뼈의 연장선으로, 적게는 6개에서 많게는 23개의 유연한 척추뼈로 구성됩니다. 척추뼈는 무척 예민하므로 꼬리를 밟거나 세게 잡으면 반려견이 아파한답니다.
개들에게 꼬리는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에요.
꼬리는 반려견의 기분을 드러내는 ‘감정의 안테나’죠. 의지와 무관하게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가장 솔직한 신체부분입니다. 따라서 꼬리만 잘 관찰해도 여러분은 개와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런 행동하면 공격신호…카밍 시그널 8가지 [개st상식]’편을 참조하세요.
꼬리는 냄새를 퍼뜨리는 부채 역할도 합니다. 개들은 냄새로 소통하는데요, 항문 근처에 개마다 고유한 냄새를 담은 항문낭이라는 주머니가 2개 있습니다. 개가 꼬리를 흔들면 → 항문 주위의 근육이 수축하고 → 항문낭을 압박하면서 → 냄새가 발산됩니다. 자신감 넘치는 개는 꼬리를 활짝 들어 냄새를 퍼뜨리고, 반대로 겁에 질린 개는 냄새를 드러내기 싫어서 꼬리를 다리 사이에 말아 넣죠.
이렇듯 의사소통의 핵심 수단인 꼬리를 굳이 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냥개·목양견을 위한 단미, 지금은?
옛날 사람들은 개에게 임무를 맡기곤 했습니다. 사냥감을 몰거나 직접 공격하는 사냥개, 목장에서 양이나 소 같은 가축을 모는 목양견이 있었죠. 이 개들은 다른 동물에게 물리고 밟히면서 꼬리를 자주 다쳤습니다. 농장의 농기구, 마차에 꼬리를 밟히기도 하고요. 그러자 부상방지 차원에서 꼬리를 짧게 자른 것입니다. 또한 털이 긴 견공들은 털에 배설물이 묻어 골치 아팠는데, 꼬리를 자르자 위생관리가 한결 편해졌죠.

이런 이유로 사냥견 중에는 스파니엘, 슈나우저, 테리어, 푸들 견종, 목양견으로는 웰시코기, 쉽독 종류가 꼬리를 잘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개들은 가정에서 길러지고 사냥이나 양치기는 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짧은 꼬리는 어느새 미적 기준이 돼 버렸습니다. 실룩거리는 궁둥이를 보고 싶어 오늘도 반려인들은 개의 꼬리를 자릅니다. 주로 생후 5일 전후, 혹은 전신마취를 견딜 수 있는 생후 8주 이후에 꼬리 자르기가 시술됩니다.

“아프고 소통 어려워” 해외선 학대
꼬리 자르기의 부작용은 꽤나 큽니다. 우선 몹시 아픕니다.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왕립동물협회(RSPCA)는 “꼬리를 자르면 예민한 척추뼈, 신경, 근육, 인대가 함께 잘린다”면서 단미가 개에게 상당한 고통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어린 강아지는 수술의 통증을 못 느낀다는 얘기도 거짓입니다. RSPCA는 강아지의 신체감각도 성견만큼 예민하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합니다. 이렇게 보면 강아지들은 고통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야 정확하겠죠. 또한 꼬리가 잘리니 다른 개들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해 다른 개들과 다투거나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 호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 36개 국가에서는 단미 수술을 동물학대로 규정, 법적으로 금지합니다. 우리나라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미용 목적의 꼬리 자르기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동물병원 및 일반 분양 가정에서도 꼬리자르기가 공공연히 시술됩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견 꼬리자르기를 동물학대로 분류하자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죠.

애완과 반려, 그 사이에서
짧은 꼬리를 흔드는 웰시코기의 실룩실룩 귀여운 궁둥이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네요. 꼬리를 자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한국에선 법이 규정하지 않는 문제이므로 선택은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집 개는 인간만큼 권리와 존중을 받아야 할 ‘반려동물’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미적 만족감과 소유욕에 봉사하는 ‘애완동물’일까요. 견공들 꼬리의 운명은 결국 보호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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