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딸이자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지낸 류한수진(30)씨가 정부와 여권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번 사건 고발자는) 피해자로 칭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류한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문제의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 호소인 용어를 사용하는 학생회칙이 발의된 계기는 많은 분이 알고 있는 2012년 서울대 대책위원회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류한씨가 언급한 사건은 2011년 3월 당시 서울대 여학생이 남자친구가 줄담배를 피며 이별 통보를 했다며 교내 센터에 남자친구를 성폭력으로 신고한 사건이다. 당시 사회대 학생회장이었던 류한씨는 “이를 폭력으로 볼 수 없고 해당 여성이 감정적으로 굴고 있다”는 발언으로 2차 가해자로 몰려 학생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말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것이다.
류한씨는 “여성 연대는 말을 지우기 전에, 남성 연대는 말을 가져다 쓰기 전에, 말한 사람의 목소리를 제발 좀 듣고 일말의 고민이라도 해달라”면서 “피해자를 영원히 피해 호소인으로, 피해자의 고발을 영원히 일방적 주장으로 가둬둘 수 있게 하려고 그런 용어를 제안하고 회칙을 만든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류한씨는 “원론적으로 서울시나 정당 대표로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겠으나, 시민으로서 저는 고발자분은 피해자로 칭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국가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서 보여 온 극단적 무능, 남성 중심적 편향, 민주당의 어정쩡하고 보수적인 자세, 서울시가 이미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 이 문제에 원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절차 이전에 가·피해를 확정 짓지 않는다는 것은 성인지적인 의미에서 객관적이며 공정한 절차가 이뤄진다는 전제 위에 도입된 원칙인데, 이번 사건은 어디에서도 그런 절차를 기대할 만한 기관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상태에서 공식 기관의 대표들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대체어를 고집하는 것은 사건 자체를 무화하거나 가해자의 불명예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비친다”며 “의도와 상관없이 그런 효과를 어느 정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강훈식 수석대변인, 여성 의원들의 성명에 거듭 등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도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류한씨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가져다 쓰기 이전에 말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제발 고민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라며 “(지금도 이러한데) 더 빈곤하고 발언권 없는 사람들의 말을 당신들이 어떻게 취급할지 정말 깜깜하고 무섭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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