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가 가해자 3인방(감독·주장·팀 닥터)의 가혹행위를 재차 증언했다.
최 선수와 2년 동안 룸메이트였던 A씨는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자회견 뒤 공황장애약 등을 먹고 있다”면서도 “자기들(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주장·팀 닥터)이 (가혹행위를) 안했다고 말하니까 더 화가 나서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됐다”며 운을 뗐다.
‘이들의 말처럼 가혹행위가 정말 없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A씨는 “많았다”며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는 “치료 목적으로 마사지를 하다가 허벅지 안쪽으로 (손이) 좀 과하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2018년 10월 홍콩 대회를 나갔을 때 허리 부상이 있었다. 허리 부상을 치료할 목적으로 가슴을 만졌다”고 말했다.
‘허리 부상인데 왜 가슴을 만지냐’는 질문에는 “그게 의아하긴 했지만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말을 못 했다”며 “(만약 말을 하면) ‘내가 이렇게 한다는데 네가 왜’라고 말하거나 욕을 하거나 ‘너 이제 나한테 치료받지 마’ 등 경우의 수는 되게 많다”고 답했다. A씨는 동료 선수의 성추행 피해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팀 닥터 안모씨가 의사·물리치료사 자격이 없었다는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에 A씨는 “전부 다 (안씨가) 의사인 줄 알고 있었다. ‘미국에 자격증이 있다, 펠프스 선수를 만들었다’고 했다. 펠프스 몸을 봐줬다고 얘기를 하더라”라며 “처음에는 안 믿었다. 하지만 (안씨가) 국가대표를 많이 만들어 냈고, 감독도 닥터 선생님이라고 부르니까 당연하게 (면허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A씨는 폭행 피해를 재차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뒤통수 때리는 건 기본이었다. 머리를 때리면 감독은 ‘나는 헬멧을 때렸다’고 말했다. 주먹을 쥐고 가슴을 몇 번 세게 때리기도 했다”며 “감독이나 주장은 XX나 XX 같은 욕설을 거의 매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맞고 벽으로 밀쳐졌다. 뺨과 가슴을 수차례 맞은 적도 있다”며 “쇠파이프로 맞은 선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최 선수가 살아생전 주장 장모씨를 향해 털어놓은 불만도 공개했다. 그는 “‘힘들다. 저 언니(주장 장씨)가 너무 저러는 거 아니냐. 너무 짜증 난다’는 (최 선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 너무 힘들다’면서 지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힘든데 어떻게 참았냐. 세상에 알리든지 그냥 때려치우지 그랬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 온다. 선수들이 말 못 할 사정이 많은 거냐’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고충이 많다.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는 보복이 너무 두려운 거다”라며 “매년 그만두려고 했지만 붙잡았다. ‘이번만 참고 다시 가보자. 잘해줄 테니까 잘해 보자’고 했다. 그런데 또 그랬다”고 답했다.
A씨는 이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숙현이의 소원을 들어줬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은 있다. 못다 한 걸 해준 느낌이다. 끝까지 그 사람들 벌 받게 해야 한다”면서 “같이 고소를 하지 못하고 너무 늦게 해준 게 아닌가 싶어서 너무 미안하다. 위에 가서는 힘든 거 다 때려치우고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고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최 선수는 전 소속팀의 가혹 행위를 신고한 뒤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 이후 동료 선수들의 피해 증언이 빗발쳤다. 이에 최 선수 사망 진상조사와 가해자 3인방의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커졌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이같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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