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집회에서 엄청 울었네요. 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이니까요.”
수많은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죽음이 이어지면서 부모운동을 하고 있는 한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결기가 서려있었다.
10일 오후 2시30분쯤 여의도 이룸센터 입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집회를 뒤로 하고 인천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조영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현재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생태계에 대해 정부와는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열심히 싸워서 만든 주간활동서비스를 제 딸은 들어갈 수가 없어요.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니까 결국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 딸이 제 몫이 된 거죠. 정부에서는 주간활동서비스를 추가해서 쓸 때 활동보조시간을 삭감야한다고 하니 한숨만 나와요.”
조영실 회장의 승용차를 타고 멈춘 곳은 인천 계양구청 앞 하이베라스 건물 1층에 자리잡은 카페 ‘자람’이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희경이가 여성보컬그룹의 멤버가 되는 것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카페의 이름을 ‘자람’으로 지었어요. 희경이가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무언가를 꼭 이루어줄 때까지 우리 사회가 그 꿈을 지지하고 이끌어주기를 바라지만 안되니까 엄마가 직접 나선거죠.”
조영실 회장은 2018년 이곳에 자신을 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약 1억원을 투자해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이 된 딸의 공간을 만들었다. 손님은 하루 10명 미만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카페에서 역할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조희경씨가 카페 일을 하기전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거쳐 학교급식실 보조로 일했지만 고용유지가 안돼 결국 조 회장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조희경씨에게 큰 위로가 된 인천장애인부모연대 회원가족이 주축이 된 댄스팀도 부평아트센터 연습공간을 쓸 수 없어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문화예술 욕구가 폭발직전의 상황에 달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씨는 사단법인 꿈꾸는마을과 인천장애인정보화협회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 중인 합창단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대부분이 발음이 부정확하지만 어디에서도 이를 바로잡아 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인천사회복지회관 106호에서 합창전문가인 예인 예술집단 오현주 예술감독이 강사로 나서 10여명의 성인기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 감독은 지난 9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30분동안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증장애 문화예술형 장애인식개선 공연팀인 ‘드림피플공연단’ 6명에게 성악을 기초로 한 발달장애인 말문트기 교육을 통해 교육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