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중국인 8명이 모터보트를 타고 밀입국해 4명이 검거된 가운데 이보다 한달 앞선 4월19일 또 다른 밀입국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은 초동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밀입국자들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해서야 본격적인 탐문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날 정체불명의 고무보트까지 발견됨에 따라 또 다른 밀입국 사례마저 의심되는 상황이다. 서해안이 말 그대로 ‘뻥’ 뚫린 것이다.
황준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수사정보과장은 5일 태안해양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달 밀입국한 용의자들의 검거를 위해 탐문 수사를 진행하던 중 입국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인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이들 2명은 지난 4월 태안군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을 포함해 총 5명이 4월18일 오후 5시쯤 중국 웨이하이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항, 다음날 태안 의항해수욕장 인근 해변을 통해 밀입국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그동안 이 고무보트가 밀입국에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 왔다.
해당 보트에 대한 뒤늦은 수사 착수 이유에 대해 해경관계자는 “CCTV 자료를 보면 밀입국 정황이 전혀 없었다”며 “해당 보트에 대해 군경 합동으로 현장조사도 실시했다. 보트 내에서 구명조끼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인근에 양식장이 많이 있는데 절도 신고가 많았다. 불법 수산물 절도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이들 2명 일당의 모집책은 지난달 발생한 밀입국자들의 모집책과는 다르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동일한 조직을 통해 밀입국을 감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조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동일성을 입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각각의 행위자가 다르다. 깊이 있는 수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초동수사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고 해경은 강조했다.
해경 관계자는 “초동수사 실패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밀입국 보트가 절도에 사용됐을 개연성도 충분했다. 또 태안은 수산물 절도나 양식장 절도가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이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온 나머지 밀입국자 3명, 또 지난달 밀입국한 이들 중 검거되지 않은 4명 등의 행방을 쫓고 있다.
황 과장은 “검거된 밀입국자 2명에게 확인한 정보로 다른 밀입국자 및 국내 운송책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밀입국자들은 과거 불법체류 등으로 강제 퇴거된 전력이 있다. 생활고 때문에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체불명의 보트와 밀입국자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밀입국의 통로가 된 서해안 경계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이 밀입국한 때로부터 채 50일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중국제 엔진을 장착한 보트가 2척이나 더 발견된 탓이다.
특히 이번에 검거된 이들이 보트를 타고 도착한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과 지난달 밀입국자들이 타고 온 보트가 발견된 소원면 일리포 해변, 전날 정체불명의 보트가 발견된 근흥면 마도 방파제 인근까지의 거리는 반경 15㎞정도에 불과하다.
태안뿐 아니라 충남 서해안 다른 지역도 밀입국 통로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서해안 경계와 관련해서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군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해경 자체적으로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태안=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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