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앞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인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한국의 방역 지침을 영국 극장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다우든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한국과 영국 간 화상회의가 성사됐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다우든 장관과 3일 화상으로 대면했다. 다우든 장관이 ‘K-방역’으로 불리는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영국 극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 자리였다. 다우든 장관은 이날 “한국의 효율적인 코로나19 대응정책을 전 세계에서 우러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내한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비법을 물었다.
이번 화상회의는 웨버의 제안이었다. 지난달 중순 웨버는 다우든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다”며 “한국의 추적 검사 시스템이 대면 공연 재개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도 한국의 방역 지침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철저한 실내 사전 방역과 지그재그로 한 칸 띄어 앉기, 관람 중에도 마스크 착용하기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며 “지난달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공연장과 영화관의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기준은 ‘신규 확진자 일 50명 미만 및 신규확진자의 추적경로 미확인 비율 5% 미만’이라고 상세히 전달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 지난 1일 내한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공연장에 오를 수 있는 엄격한 방역 비결을 ‘팬데믹 속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기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NYT는 “전 세계 극장들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고 언제 재개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에서 일주일에 8번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결은 철저한 위생을 바탕으로 한 공연장 방역”이라며 “백스테이지에서도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스테이지 방역 수칙이란 신체 접촉을 포함해 물병과 음식을 통한 접촉까지 철저히 금지하고 물품을 정기적으로 소독하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NYT는 웨버가 한국 공연장의 방역 체계를 극찬한 점도 짚었다. 웨버는 최근 인터뷰에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선례를 도입해야 한다. 철저한 방역이 뒷받침된다면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바로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웨버는 자신이 소유한 런던의 극장 중 한 곳인 팔라디움에 한국의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달 27일 막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8월 8일까지 연장했고 이후 대구로 무대를 옮긴다. 전 세계 극장 문이 잠긴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의 공연장은 안정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4월 초 ‘오페라의 유령’ 앙상블 배우 중 두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배우 및 스태프 전원이 자가 격리 이후 단 3주 만에 공연을 재개한 후 ‘K-방역’을 향한 신뢰는 더욱 커졌다. 배우 맷 레이시(라울 역)는 “내가 서울에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걱정했지만 나는 현재 가장 안전한 도시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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