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창피한 줄 아세요” 써 붙은 그랜저의 14시간 만행

Է:2020-06-03 00:17
:2020-06-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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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커뮤니티 캡처

2년 전 있었던 이른바 ‘송도 캠리 불법주차’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50대 주민이 차량으로 막아 비판받은 일입니다. 당시 그 주민은 “사과할 생각은 없지만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는 말로 여론의 분노를 더 키우기도 했죠.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송도 사건이 생각난다”며 누군가 올린 글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글쓴이는 친구가 거주하는 경기도 평택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상황을 대신 전했는데요. 현장 모습이 담긴 3장의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그가 게시한 사진에는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 한 대가 등장합니다.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 멈춰선 듯했습니다. 글쓴이는 “아파트에 주차 공간이 부족한 탓에 ‘차량 대수에 비례해 해당 세대에 주차요금을 부과하자’는 규칙을 정하고 오늘부터 시행 중”이라며 “그랜저 한 대가 고까웠는지 주차장 입구를 저렇게 막아놓고 도망쳐버렸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사진 한 장에는 주차장 진입로부터 차량 세 대가 나란히 선 모습이 보이는데, 글쓴이는 “뒤는 벤츠, 앞은 테슬라로 (중간에 있는) 그랜저가 차를 뺄 수 없게 틀어막아 놓은 상태”라며 “경찰은 와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랜저 차주의 행동에 화가 난 일부 주민들은 메모지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권리로 여러 사람 다니는 길에 차를 두셨나요? 여기 땅 주인이세요? 공개사과 하세요. 창피한 줄 아세요”라고 썼습니다. “얼른 차 빼세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아파트 망신시키지 마세요” 등의 문구도 더해졌습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회의는 3일 국민일보에 보도자료를 보내 보다 정확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이 아파트의 입주민 차량 주차카드 등록 기간은 지난달 7일부터 31일까지였습니다. 이를 놓쳐 주차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주차장 입구 게이트가 열리지 않습니다.

사건 당일 그랜저 차주는 평소처럼 입주민 전용 주차장에 진입했다가, 게이트가 열리지 않자 인터폰으로 보안실에 상황을 전합니다. 차주는 “우선 진입 시켜주면 차량을 주차하고 주차카드를 발급 받겠다”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보안팀 측은 “구두로는 입주민 확인이 안되니 차량을 옆에다 대고 입주민이면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카드 발급을, 외부인이면 방문증 발급을 받으라”고 안내했고요.

그랜저 차주는 이에 항의한 뒤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출동한 경찰의 권유로 카드도 발급받았으나 차량을 입구에 내버려둔 채 그대로 귀가해버렸습니다. 이후 다음날 오전 10시경 주차해뒀던 차를 옮겼다고 합니다. 그랜저 차량은 14시간이 넘게 같은 곳에 멈춰있었던 게 됩니다. 그 때문에 700여세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요. 결국 경찰은 차주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2018년 송도 캠리 차주의 결말은 이랬습니다. 일반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죠. 당시 재판부는 아파트 입주자들의 불편,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업무 지장을 언급하며 “그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차량 밖에 경고성 쪽지를 붙이고 SNS에 “누구인지 꼭 밝혀내겠다”는 협박성 글까지 올렸던 그는, 법과 여론의 심판에 결국 이웃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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