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음주·일탈 행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가대표는 차기 올림픽·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국가대표의 음주·일탈 행위와 관련한 선발 및 징계 규정을 정비해 엄정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징역형에만 적용됐던 징계 대상이 벌금형으로 확대됐다.
대한체육회는 29일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의 일탈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을 개정해 선수, 트레이너, 경기 임원의 결격 사유를 보완·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규정이 개정되면 음주운전을 포함한 일탈 행위를 저지른 선수가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3년 안에, 혹은 5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2년 안에 국가대표로 차출될 수 없다.
음주 사고나 불법 도박 같은 일탈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선수는 3년간 국가대표로 차출될 수 없다. 국가대표 신분으로 대표팀에서 훈련할 수 없는 만큼 종목에 따라서는 4년 주기의 올림픽·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 규정이 시행되면 기존에 보유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며 “다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행된 뒤부터 적용되며 그 이전의 사안은 소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종목별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5일 제46차 스포츠공정위원회 제46차 회의에서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을, 7월 1일 제47차 회의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개정안을 각각 심의할 예정이다. 심의된 규정은 그 이후 7월 중으로 예정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상 징계 대상에 음주운전, 음주소란, 불법도박과 관련한 비위 행위를 신설하고 위반한 경우에 중징계 이상으로 적용할 방침을 세웠다. 음주·도박에 대한 징계 기준을 세분화하고 수위를 일원화해 징계의 실효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최근 체육계의 음주운전 논란은 강정호(33)의 프로야구 복귀 추진을 계기로 커졌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6년 12월 서울 삼성동 일대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의 음주운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5월 항소가 기각돼 원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강정호는 무적 신분에서 지난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했다. KBO는 지난 25일 상벌위원회에서 강정호에게 유기 실격 1년에 봉사활동 300시간 이행을 명령했다. 하지만 2018년 야구 규약에서 강화된 음주운전 관련 처벌 강화 규정이 소급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으로 번졌다.
현행 야구 규약에서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관한 제재 규정은 3회 이상으로 음주운전이 적발된 선수에게 3년 이상의 유기 실격 처분을 내리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개정 이전에 발생한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건에 적용되지 않았다.
강정호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중국 광저우와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국가대표의 신상을 관리하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강화는 만 33세가 돼 프로 복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강정호에게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본선을 포함한 앞으로의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 차출에 도전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강화는 작지 않은 경고가 될 수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그동안은 징역형이 아니면 국가대표로 차출될 수 있었지만 규정이 강화되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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