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감독이 영화 ‘주홍글씨’를 촬영하면서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고(故) 이은주를 괴롭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린 30대 남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송모(31)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송씨는 2017년 자신이 일하는 회사 블로그에 변 감독과 이은주에 관한 허위사실을 담은 글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블로그에 쓸 소재를 찾던 중 한 온라인 카페에서 발견한 변 감독과 이은주에 관련한 글을 재구성해 개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블로그에 “변 감독은 이은주가 자신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힐 목적으로 ‘주홍글씨’에 캐스팅한 뒤 노출 장면을 30여 차례나 반복해서 촬영했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또 “이은주는 촬영 후 노출 연기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이는 이은주의 사망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해당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서 송씨는 “유력 언론사의 기사나 뉴스 때문에 게시글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영화계에 만연한 감독과 여배우 사이의 부당한 강요나 억압을 근절하려는 의도였고, 명예훼손 의도나 비방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송씨의 글은 허위사실, 글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도 송씨가 변 감독을 비방하기 위해 글을 게시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송씨의 죄질이 좋지 않지만, 피해자의 고소 이후 블로그에서 글이 삭제된 점과 송씨가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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