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아우라’ 언제까지…꼭 국가에서 사야하나

Է:2020-05-2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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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1906∼1962)은 신화다. 일제 강점기 해외로 유출될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개인재산을 털어 구입해 문화재를 지켜온 수호자였다.

그런 간송 집안에서 재정난 끝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문화계에 격론이 일고 있다. 이번 경매가 던진 충격의 강도가 센 것은 불상이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기도 하지만 간송이 컬렉션을 지키기 위해 1938년 서울 성북구에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이래 국가지정문화재가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간송의 뜻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사야 한다는 주장부터 차제에 진위 감정을 해야 한다는 양극단의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경매 출품 사건이 ‘간송 신화의 거품’을 걷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불상 경매 출품이 간송 신화에 던진 파문을 정리해봤다.

1. 국보·보물은 상속세 ‘0’원인데…무슨 사정 있길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 7세기 중반 통일신라시대 제작됐다.

오는 27일 K옥션의 경매에 오르는 불상 2점은 각각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통일신라 시대)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삼국시대)이다. 각각 추정가는 15억원이다.

문제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12조에 따르면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 시 비과세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보·보물이 아닌 다른 재산을 상속 받은 데 따른 세금을 물기 위해 어쩔수없이 보물을 경매에 내놨다는 얘기가 된다. 간송 컬렉션은 간송 타계 이후 장남 전성우(1934~2018)에 이어 장손 전인건(49)로 이어지고 있다.

간송 집안의 재정난 문제는 공공연히 거론됐다. 하지만 폐쇄성으로 인해 재정난의 원인과 상속 재산의 실체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선산과 부동산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재산이 다수 있는 것으로만 짐작되고 있다.

간송 컬렉션은 4000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간송 컬렉션의 낙후한 보존 상태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문화재청은 국고 약 45억원을 들여 보화각 땅에 항온 항습 기능을 갖춘 수장고를 짓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4일 “국가지정문화재는 개인 소유, 비지정문화재는 재단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물의 구체적인 명세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계 인사 A씨는 “국민 세금 지원을 받는 만큼 차제에 간송 컬렉션에 대한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 보물 지정은 까마득한 57년 전…지금 가치는


두 불상은 간송 타계 이듬해인 1963년 1월 21일에 동시에 보물로 지정이 됐다. 다시 말해, 문화재 정책이 수립되던 초창기인 57년 전에 보물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현재의 가치를 산정하는 데 중요하다. 이후 전국 단위에 걸친 유물 발굴과 해외 문화재 환수를 통해서 비슷한 유물의 수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동국대 최응천 교수는 “그때는 불교 조각품이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던 때가 아니었다. 당시의 보물 지정 기준은 지금과 틀린다”고 말했다. 희소성은 떨어지고 지금 기준에서 보면 마스터피스(걸작)은 아니라고 했다. 불상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간송의 소장품이라는 아우라가 유물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은 될 수 있다.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 6-7세기 삼국시대에 제작됐다.

삼국시대 불상인 285호에 대해서는 진위 논란도 제기된다.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질 뿐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다”고 설명을 곁들인 것이 빌미가 됐다. 최 교수는 “불상은 이동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진다는 표현을 쓴다”고 했다. 이어 “거창 출토라면 신라 불상이어야 하는데 백제 양식이 섞여 있는 점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신라가 불교 수용시 백제의 영향을 받은 만큼 백제 양식이 섞인 초기 신라 불상 양식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작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진위 시비 자체가 유물 구입 때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간송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3. 언제까지 국가 타령?…공신력 갖춘 사립미술관에 눈길

‘퇴우이선생진적’ ‘월인석보’ 등 국보와 보물이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렇다면 간송 소장품도 경매에 내놔서 안될 이유는 없다. 문화계 인사 B씨는 “간송 소장품이라고 해서 몇 대에 걸쳐 굳건히 보존해야 한다, 되팔아서는 안 된다는 간송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됐다”고 말했다.
보화각에서 도자기를 감상하고 있는 간송 전형필.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필요에 의한 유물 판매는 가능한 일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경매 사실이 알려진 후 홈페이지를 통해 “불가피하게 불교 관련 유물을 매각하고, 간송미술관을 상징해온 서화, 도자, 그리고 전적(책)을 중심축으로 하겠다”며 컬렉션 구조조정의 뜻을 밝혔다.

문화계 인사 C씨는 “개인이 사서 개인이 보존해도 문제없다. 국가지정문화재도 주민등록지 이동하듯 소유권 이동하면 된다. 국보와 보물은 해외에 반출이 안 된다”면서 “다만 간송 소장품이 여기저기 흩어지는 게 안타까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가 기관에 들어가야 가장 안정적으로 보존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전시를 할 때도 쉽게 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세간의 시선은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청 등 국가기관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국립 미술관은 유물 구입에 쓸 가용 예산이 너무 적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유물 구입 예산은 4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입 규정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지 않은 것, 희소가치가 있는 것, 해외에서 환수 필요가 있는 것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선 이 불상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유물이 많은 상황이라 난처해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호림박물관 등 보존 관리 역량을 갖춘 사립미술관에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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