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력을 낮춘 공인구에 적응한 타자들은 지난해의 ‘투고타저’를 한 시즌 만에 ‘타고투저’로 돌려놨지만, NC 다이노스를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N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8일을 연기하고 개막한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에서 불과 2주 만에 10승(1패) 고지를 밟았다. 프로야구 38년사를 통틀어 2003년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 10연승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경기 수에 10승을 달성했다. NC는 올 시즌 초반 KBO리그에서 가장 균형 있는 투타를 앞세워 순위표 가장 높은 곳을 점령하고 있다.
그 선봉에 리드오프 박민우(27)와 좌완 선발 구창모(23)가 있다. 박민우와 구창모는 통계 전문가 댄 심보르스키의 야구 예측 시스템 ‘집스(ZiPS)’를 활용한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의 KBO리그 예상 성적에서 주요 부문 1위로 지목됐다. 박민우는 타율 0.333, 구창모는 9이닝당 탈삼진 8.9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NC의 예상 순위는 4위였다. ESPN이 KBO리그의 미국 생중계를 시작한 지난 5일 개막전 당시의 예측이다. 박민우와 구창모의 시즌 초반 성적은 NC의 현재 순위처럼 ESPN의 개막 직전 예상을 뛰어넘었다.
박민우는 리그 2주차까지 44타수 19안타를 기록해 타율 0.432를 작성했다. 박민우와 견줄 선수는 호세 페르난데스(32·두산 베어스)나 프레스턴 터커(30·KIA 타이거즈) 같은 외국인뿐이다. 지명타자인 페르난데스나 중심타자인 터커와 다르게 박민우는 2루수를 겸하면서 리드오프로 활약하고 있다. NC 타선의 집중력은 결국 박민우로 뚫은 공격에서 시작된다. 박민우는 지난 17일 인천에서 SK 와이번스 선발 백승건(20)을 상대한 1회초 첫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때려 장타력도 뽐냈다.
박민우가 타석에서 불을 뿜는 동안 구창모는 NC의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킨다. 구창모는 지금까지 2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했다. 14이닝을 6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평균자책점 0점은 10개 구단 투수진을 통틀어 구창모가 유일하다. 구창모는 삼진도 18개나 수확했다. ESPN의 9이닝당 평균 탈삼진 수를 1이닝으로 압축하면 0.99개지만, 구창모는 지금까지 이닝당 평균 1.29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구창모를 앞세운 NC 마운드는 리그 2주차를 팀 평균자책점 1위(3.26)로 완주했다.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6위로 평가됐던 NC의 ESPN 파워랭킹은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 ESPN은 리그 2주차까지 종합한 19일(한국시간) 파워랭킹에서 NC를 1위로 평가하고 “균형 잡힌 공격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팀 홈런 18개, 팀 평균자책점 3.26으로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고 설명했다. NC의 파워랭킹은 개막 직전에 6위, 개막 첫 주를 끝내고 4위였다. NC에 대한 평가가 ‘가을야구 불발’에서 불과 2주 만에 ‘우승권’으로 뒤바뀐 셈이다.
NC와 두산이 19일 오후 6시30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시작하는 올 시즌 첫 번째 3연전은 시즌 초반 선두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으로 볼 수 있다. NC는 순위 추월을 노리는 두산과의 간격을 한 차례 승리할 때마다 1경기씩 벌릴 수 있다. 반대로 1패를 당할 때마다 두산과 간격은 1경기씩 좁아진다. 3연전에서 1승이라도 더 수확한 쪽이 시즌 초반 선두로 뻗어나갈 동력을 얻게 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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