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온라인 배송업체 아마존이 코로나19에 감염 및 사망한 물류창고 등 직원의 숫자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과 현직 직원들은 “아마존이 벌어들인 780억 달러(약 96조원)는 직원 생명을 위기에 내몬 대가”라며 해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ABC뉴스는 뉴욕의 아마존 배송 창고에 근무하던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유가족의 제보를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 롱아일랜드 섬에서 일하던 조지 레이(60)는 지난 4월 9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의 조카인 재스민 레이는 “삼촌의 60번째 생일을 앞두고 가족들과 깜짝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망한 레이에 대해서는 “항상 사랑스럽고 자상한 분”이며 “엄마를 비롯한 모든 형제들과 정말 친해서 매일 전화를 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마존에게서 답변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죽은 삼촌의 이야기를 꺼내서라도 아마존이 노동자들을 코로나19로부터 충분히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겠다는 그는 “직원은 단지 숫자가 아니지 않나”고 강조했다.
한편,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직원 숫자에 대한 ABC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던 직원들의 사망 사례가 속속 보도되고 있어 아마존은 더 이상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마존 대변인인 레이첼 라이티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뉴욕 창고에서 사망한 직원 소식에 슬프다”면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동선 및 체류시간 등을 담은 비상 문자 메시지를 같은 건물 내 직원들에게 전송한다”고 밝혔다.
라이티는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아마존의 최우선 관심사”라며 “오는 6월까지 코로나19 대책에 약 40억 달러(약 4조9000만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우라 힐리 변호사 등 메사추세츠 주의 변호사 13명은 “코로나19로부터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과 함께 “감염 및 사망한 직원 정보를 미국 50개 주 단위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공개서신을 아마존 측에 보냈다.
해당 서신에는 “작업장에는 개인 방호장비와 손소독기가 불충분하고, 작업공간이 좁아 사회적 거리를 둘 수 없는 등 허점이 많아 직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고 덧붙였다.
힐리 변호사 등 변호사 연합 측은 “아마존 직원들이 직장 내 코로나19 감염 및 사망 소식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는 최근 언론보도에 경악했다”는 성명을 냈다.
아마존의 운영 책임자인 데이브 클라크는 최근 코로나19에 양성반응을 보인 직원 숫자에 대한 CBS의 최근 인터뷰에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어차피 감염자 수라는 것은 건물 규모와 각 지역사회 감염률과 관련되는 것이므로 (아마존 직원의) 총 감염 건수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CBS가 거듭 감염자 숫자를 묻자 그는 “회사 차원에서 알고 있지만, 중요한 숫자가 아니다보니 나는 기억을 못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유가족들은 회사 직원과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아마존이 하루 빨리 사내 확진자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유가족인 레이는 “사망한 삼촌은 많은 신입들을 훈련시키는 위치였는데,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겠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회사 측은 그야말로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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