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캐나다 등에서 동양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 차별성 혐오 범죄가 줄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캐나다 밴쿠버를 운행하던 시내버스에서 한 백인 중년 남성이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동양인 여성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고성을 질렀다.
버스에 타고 있던 다른 여성이 두 여성을 보호하며 항의하자 남성은 그를 발로 차고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앞서 사흘 전에도 밴쿠버 시내에서는 아시아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벌어졌다.
인근 CCTV 영상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작은 젊은 아시아계 여성에게 다가가서 갑작스럽게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는 버스를 타고 도주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피해 여성은 주먹을 맞고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지난달 8일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병원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캐서린 정 씨가 음식점 앞에 서 있다가 한 60대 여성에게 우산으로 가격당했다.
해당 여성은 정 씨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붓고 침도 뱉었다.
이들 사건의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마스크나 얼굴 가리개를 쓴 동양인 여성이라는 점이다.
SCMP는 “동양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무렇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상대방을 위협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마스크 기피증’을 구실 삼아 동양인을 대상으로 혐오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코로나19 확산 후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마스크를 쓴 동양인을 향한 증오 범죄는 캐나다는 물론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올해 들어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 범죄가 20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발생한 12건에 비해 훨씬 많다.
특히 전체 20건 가운데 16건은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된 3월과 4월에 벌어졌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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