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한 번 걸리면 이번 대학입시는 그냥 망하는 거에요.”
서울 강북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18)은 오는 13일 등교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A군은 10일 “며칠 전 이태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번진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단 한 명만 걸려도 학교 전체가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강의에 이제 적응했는데 이왕 연기할 거면 이번 학기 끝까지 할 것이지 갑자기 무슨 등교냐”며 “가뜩이나 반수생 많아져서 경쟁률 높아지고 감염 걱정에 대한 불안도 큰데, 정책도 계속 바뀌고 있어 올해 고3은 완전히 코로나19의 희생양”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달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교육부가 등교 수업을 재개하겠다고 결정했지만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다시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이번 주 개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고3과 중3 두 아이를 키우는 장모(50)씨는 등교 개학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나 이태원 클럽 확산 뉴스를 접한 뒤 주말을 근심 속에 보냈다. 장씨는 “나도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집에만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태원 뉴스를 보고 나니 지금 상황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건 못하겠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모(49)씨는 “등교 개학에 완전 반대”라며 “우리 아이는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어 13일부터 입실해야 하는데 하루 세끼 밥도 같이 먹고, 종일 친구들과 붙어지내야 하는 환경이라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교 등으로부터 명확한 대책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은 학생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A군 학교에서는 ‘매 교시 시작 전 발열 체크를 한다’는 공지만 내려온 상태다. A군은 “무증상자도 있는데 코로나19에 걸린 친구인지 모르고 같이 얘기하고 밥 먹다가 감염되면 어떡하란 말이냐”며 불안해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모(18)양도 “친구들 모두 ‘대책이나 마련하고 개학하면 좋겠다’고 원성을 쏟아낸다”며 “시간 차로 화장실을 보낸다거나 한 학급을 몇 개 교실에 나눠 수업한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만 무성하다”고 전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뚜렷한 대책이 없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B교사는 “학생들 간 거리두기를 하라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가령 반을 나누면 선생님은 어느 교실에 가서 수업을 하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교육부는 최근 각 학교에 방역 세부 기준을 학교별로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B교사는 “우리가 방역 전문가도 아닌데, 알아서 세부 기준을 세우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고3 학생들은 학교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등교한다 해도 나머지 학년이 다 개학하면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가 앞서 가정학습을 사유로 한 교외체험학습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A군은 “우리 학교는 등교와 야자(야간자율학습) 모두 13일부터 의무적으로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기존 방침대로 등교 수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까지는 등교 시기 조정 여부에 대해 정부 내에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고3 등교) 위험도에 대한 평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보현 송경모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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