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전국 봉쇄령’을 창안한 감염병 전문가가 정작 자신은 지침을 무시한 채 내연녀와 만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봉쇄령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대중적 명성을 얻었지만, 사랑 앞에 무장해제된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닐 퍼거슨(51) 임페리얼칼리지 감염병학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한 채 내연녀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정부 자문위원 자리를 스스로 내려놨다.
퍼거슨 교수는 영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단호하게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역설해 ‘봉쇄 교수’라는 별명을 얻은 전문가다. 특히 그가 이끄는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이 분석한 자료는 영국 내 봉쇄 조치의 기반이 됐다. 봉쇄령에 따르면 동거하지 않는 연인은 조치가 끝날 때까지 만나선 안 된다.

텔레그래프는 ‘퍼거슨의 기혼여성 연인’인 안토니아 슈타츠(38)가 지난 3월부터 최소 두 번 런던 남부 자택에서 퍼거슨 교수의 집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첫 방문 때인 지난 3월 30일은 퍼거슨 교수가 봉쇄 조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경고한 날이다.
특히 당시 퍼거슨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직후였고, 슈타츠도 자신의 남편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 같다고 우려하면서 또다시 퍼거슨 교수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퍼거슨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과오를 저질렀으며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훼손한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의 명확한 지침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퍼거슨 교수의 두 얼굴에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보수당 대표를 지냈던 이언 덩컨 스미스 하원의원은 “퍼거슨과 같은 과학자들은 비필수적인 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왔고 우리는 그대로 했다”며 “그는 자신이 내세운 지침을 어겼고 이는 정부의 봉쇄 메시지를 약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5시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만9427명으로 이탈리아를 넘어섰다. 하루 전과 비교하면 693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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