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보여준 언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오후 4시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의 서희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찾았다. 이 전 총리는 조문이 끝나고 유가족 30여명이 모인 대기실을 방문했다.

유가족들은 이 전 총리에게 “이번 사고 대책을 갖고 왔느냐” “노동자들 죽음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떻게 할 거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이 전 총리는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분의 말씀을 잘 전달하고 이른 시일 내에 협의가 마무리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한 유가족이 “오는 사람마다 매번 같은 소리”라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기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불만을 토로하는 일부 유가족들에게 “여러분의 안타까운 말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 위치가 이렇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포함해 기존 법에 따른 조치는 이행될 것이고, 미비한 것은 보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유가족이 다시 언성을 높여 “그럴 거면 뭐하러 왔나. 대책을 갖고 와야지. 유가족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냐”라고 따졌다. 이 전 총리도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고 답했다. “사람들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항의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응했다. 한 유가족이 “그럼 가시라”고 하자 이 전 총리는 “가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분향소를 나갔다.

야권은 이 전 총리가 유가족에게 보여준 태도를 비판했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전 총리는 너무너무 맞는 말을, 너무너무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하셨다.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을까”라며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을 본다.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 비판했다.
민생당 정우식 대변인은 6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 전 총리는 분명 억울할 것이다”라면서도 “이 전 총리가 유가족들에게 대응한 처사는 적절치 못했다. 국무총리 재직 시 야당 의원 대정부 질의에서 보여주었던 촌철살인 논리적 답변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명했다. 이 전 총리 측은 “이 전 총리가 책임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수차례 유족들에게 말한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 측은 또 “이 전 총리가 조용히 조문만 하고 오려던 것인데 (실무진) 실수로 방문 사실이 알려졌고 유족들이 기대했던 내용에 부응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유족들과 대치하거나 말다툼을 했다는 식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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