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서 자영업을 하는 곽모(41)씨 부부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와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탓에 매년 어린이날엔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선뜻 내키지 않는 탓이다. 주변 학부모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아직은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만 돌아왔다. 곽씨는 “찬찬히 설명해 줘도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 텐테 어쩌나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와중에 어린이날을 맞은 부모들이 착잡한 심경을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아이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기 쉽지 않은데 감염병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신모(37)씨와 7살 딸은 황금연휴 내내 집에만 있을 계획이다. 신씨는 “호흡기가 약한 아이라 감기에 자주 걸리고, 한 번 걸렸다 하면 며칠을 고열에 시달린다”면서 “이번 어린이날엔 같은 반(유치원) 아이들 두세 명이 근처 공원에 놀러간다는데, 한창 친구랑 놀 나이에 집에만 있게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건강하다고 해도 아직은 밖에 나가기도 부담스럽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40대 신모씨는 “지난주 아이와 함께 성동구 서울숲에 다녀 왔는데 사람들이 마스크도 끼지 않고 돗자리를 펴고 있어 그냥 돌아왔다”며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탓에 밖에 나가면 우리 아이도 마스크를 계속 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씨 딸은 매년 어린이날이면 동네 교회 행사에 참석하곤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취소됐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40)씨 부부는 매년 어린이날 남매를 대형마트 완구코너에 데려가 선물을 고르게 했는데, 올해는 인터넷 쇼핑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최씨는 “생활방역이 시작된다고 하니 5일엔 대형몰이나 마트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완구점에 가는 대신 아이와 함께 컴퓨터로 선물을 고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각종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는 분위기다.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최근 실내 시설 일부를 폐쇄한 상태로 재개장했다. 공원 관계자는 “어린이날마다 동물학교나 축제 등 행사가 열려 9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실외 동물원은 입장 인원도 2000명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 내 모든 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어린이날 축제와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황윤태 최지웅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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