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랏빛이 감도는 몽환적인 화면에 오색빛깔의 거대한 무대가 세워졌다. 그 위로 폭죽이 터지면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관객이 일제히 몸을 들썩였다. 쏟아지는 조명을 뚫고 주인공이 등장했다. 레게 머리를 하고 파워풀한 보이스를 뽐낸 그는 다름 아닌 세계적인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었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벌어진 세기의 콘서트 속 가수와 관객은 모두 캐릭터였다. 그곳에는 감염병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가수들에게도 악재다. 콘서트는 모두 취소됐고 쇼케이스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돌파구는 온라인 그리고 언택트(비대면·Untact)다. 그 형태는 날이 갈수록 신박해지고 있다. 단순 온라인 콘서트를 넘어 언택트를 확장한 온택트 콘서트, 게임 속 콘서트, 베란다 콘서트, 자선 콘서트 등이 탄생했다. 갈증을 달래주기 위해 콘서트홀 투어 이벤트도 성황이다.
특히 트래비스 스콧의 무대는 획기적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간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고 새 싱글 ‘더 스코츠’ 신곡 등 총 6곡을 선보였다. 공연은 5차례 진행됐는데, 전 세계 유저 모두를 위해서다. 미국, 유럽 및 중동,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등 지역별 시간대에 맞춰 콘서트를 열었다.
‘포트나이트’는 설립 당시부터 가상세계의 확장을 고민했다. 현실세계를 초월해 그 안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개념인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하면 콘서트, 쇼핑몰 등 현실에서 행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수많은 유저는 매일 게임에 접속하고 이곳에서 또 다른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다른 유저와 소통하고 협력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하나의 사회를 결성했다. 이 공간을 단순 오락을 넘어 소셜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해 활용한다면 큰 부가가치를 쟁취할 수 있다. 실제로 나이키는 이 공간에서 운동화를 판매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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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Ontact) 콘서트도 자리 잡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이 대표적인데 언택트(Untact)에 ‘연결’이 더해진 개념이다. 지난달 18~19일 이틀에 걸쳐 총 24시간 동안 유튜브 ‘방탄TV’에서 방영된 ‘방방콘’은 조회수 5059만건을 기록했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명을 넘어섰다.
‘방방콘’은 “공연 중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고 자리 이동을 하셔도 괜찮다”는 재치 있는 안내 멘트로 시작됐다. 응원봉 ‘아미밤’을 블루투스로 연동했고 실제 콘서트장처럼 실시간으로 색이 바뀌도록 하면서 전 세계 팬들을 하나로 모았다. 이틀간 전 세계 162개 지역에서 약 50만개 아미밤이 연동됐다. 빅히트 관계자는 “단순 공연 시청을 넘어서 전 세계 아미를 하나로 모으며 새로운 관람 문화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전 세계 팬들을 응원봉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통해서다. SM 관계자는 “안방에서 공연을 즐기는 팬들에게 함께 응원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형태는 ‘발코니 음악회’다. 베란다에서 만끽하는 콘서트는 스크린 공연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공연은 아파트 단지에서 열리고 무대 앞에는 아무도 없다. 주민은 베란다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심리적 거리를 좁히면서 일상 속 긴장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수원문화재단은 지난달부터 침체된 지역 문화예술계와 피로감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예술로 다가서기’를 진행했다. ‘베란다 1열 콘서트’라고 이름 붙은 이 프로젝트는 수원시 4개 구 16개 아파트에서 진행한다. 서울 성동구와 남양주시,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충북도립교향악단 등도 합류했다.
코로나19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콘서트도 온라인에서 열렸다. 지난 1일 열린 자선 콘서트 ‘더 콜 투 유나이트’(The Call to Unite·)출연진은 역대급 규모였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배우 줄리아 로버츠, 모델 나오미 캠벨, 음악인 퀸시 존스, 가수 에이브릴 라빈…. 세계적 인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콘서트는 온라인이라 가능했다. 이들은 자신의 집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중간 중간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희망과 감사를 전하면서 의료진과 환자, 지역 단체를 위한 기금 모금도 독려했다.
지난 18일에도 레이디 가가가 주최한 온라인 자선 콘서트 ‘투게더 앳 홈’(Together At Home)이 열렸다. 엘튼 존, 스티비 원더, 테일러 스위프트, 카밀라 카베요, 셀린 디옹, 빌리 아일리시 등 팝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한국에서는 그룹 슈퍼엠이 함께했다. 당시 콘서트를 통해 1억3000만달러(약 1585억원)에 육박하는 기금이 모였다.
콘서트의 부재를 콘서트로만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장 곳곳을 둘러보며 화려한 무대의 건축 구조와 음향 가치 등 뒷모습을 알아보고,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공연 안팎의 이야기를 두루 접할 수 있는 스테이지 투어도 때 아닌 호재다. 롯데콘서트홀 스테이지 투어는 2018년부터 매달 한 번씩 계속돼 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이 모두 문을 닫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자 롯데콘서트홀 측은 스테이지 투어를 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잠실의 롯데콘서트홀에 소규모의 인파가 모였다. 스테이지 투어가 열리는 날이었다. 관람객들은 투어 동안 일정 거리를 유지했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투어는 무대감독이 직접 안내하는데 무대, 악기 보관실, 대기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대 등 공간 체험을 1시간 동안 진행한다. 무대에 올라서서 객석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특히 국내 최초 빈야드 스타일로 설계된 무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모든 관객이 탁 트인 시야를 보장받고 균일한 음질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지어진 무대다. 객석과의 거리도 가깝다. 악기 보관실에는 2억원대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파이프 오르간 콘솔가 기다리고 있다. 무대감독이 공연장을 살피는 SM데스크도 관람할 수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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