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시작된 연휴를 맞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 호가는 최근 정부 부동산 규제와 함께 시작된 거래 절벽 속에 실거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허수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형 로얄층 호가는 17억9000만원에서 18억3000만원 사이였다. 지난달 말 17억2000만~17억5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황금연휴를 앞두고 매수 문의가 늘면서 활기를 띠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인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 줄면서 연휴 이후 시장 활성화 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재건축 시장은 투자 기회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급매물 위주로 거래하는 현 추세에서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가 증감이 실거래가에 무조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은마 아파트 76㎡대 로얄층 호가는 17억원 중반대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토부 부동산실거래가를 조회해보면 실제 매매로 이어진 것은 한 건도 없었다. 84㎡형의 경우에도 8층이 지난달 6일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틀 후인 8일에는 9층이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층 매물들의 매매가격이 이틀 사이에 2억원이나 난 셈이다. 두 매물 모두 소위 ‘로얄층’이라고 불리는 매물이다.
84㎡형 로얄층은 지난해 11월 22억8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21억5000만원에 거래된 매물을 기준으로 하면 그 사이 낙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런데 거래가 체결된 시점에는 3억원 넘게 하락한 채 매매된 8층 매물만 알려져 강남 재건축 아파트 폭락 분위기가 다시 한 번 주목받았었다.
실제 거래량도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다.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거래량이 2건(3일 기준)이었고 3월에도 76㎡ 매물 두 건이 전부였다. 2월에는 11건으로 다소 많았지만 1월에는 고작 한 건이었다.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거래건수가 30건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 상황을 예외적인 이유로 시세보다 훨씬 싼 매물이 나와도 거래 직후 그만큼 가격이 떨어진 추가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는 꾸준히 이어지면서 서울 전역 아파트 매매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7% 하락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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