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내손에 움켜쥐면 뭐해, 빈 마음으로 떠나렵니다”

Է:2020-04-22 15:22
:2020-04-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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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해녀 할머니의 기부 스토리

부금현 할머니. 삼육대학교 제공

93세 해녀 할머니가 한평생 고생하며 모아온 1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삼육대학교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사는 부금현 할머니는 지난 18일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데 써달라”며 삼육대 측에 발전기금 1억원을 기부했습니다.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삼육대를 소개해줬다고 하네요.

부 할머니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17살 때 물질을 시작했습니다. 19살엔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돈을 벌어오겠다며 일본으로 떠나버렸고 부 할머니는 자식도 없이 혼자 살아왔습니다.

할머니는 60년 넘게 해녀 일을 했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땐 밭농사와 장사를 했습니다. 10년 전쯤 물질을 그만두고는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 길가 잡초를 제거하는 공공근로에 참여했습니다. 정말 쉴 틈 없이 일하며 알뜰하게 돈을 모았죠.

할머니는 젊은 날을 회상하면서 “나는 아주 고생하고 없는 부모 밑에서 살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열심히 노력해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잘 살겠다는 결심으로 살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삼육대학교 대외협력처 영상 캡처

삼육대학교 대외협력처 영상 캡처

억척스러울 정도로 부지런하게 살아온 부 할머니는 남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에도 부지런했습니다.

고생하며 번 돈이 모일 때마다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뒷바라지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 덕에 공부한 학생만 80여명이라고 하네요. 삼육대 신학대학장을 지낸 고(故) 한성보 교수도 대학생 때 할머니에게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부 할머니는 이번 기부에 대해 “빈 마음 가지고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정신으로 그렇게 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내가 나이가 많이 드니까 뭐 희망이 있습니까? 갈 곳은 한 곳밖에 없지요. 산에 가는 것밖에 없으니까 돈은 필요 없고”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남을 도와주는 게 기쁘지, 내 손에 움켜잡는 것이 기쁘진 않다”는 말도 덧붙였죠.

삼육대학교 대외협력처 영상 캡처

부금현 할머니(왼쪽)가 김정숙 대외협력처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육대학교 제공

부 할머니는 장학금을 받을 학생들에게 결코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손주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여느 할머니들처럼 말이죠. 부 할머니는 청년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건강하고 앞으로 이 나라를 지켜나가는 훌륭한 일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합니다. 부 할머니의 말에서 진정한 어른의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삼육대학교 관계자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학교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부 할머니는 한평생 땀 흘리며 자신의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 선한 마음을 베풀면서 타인의 삶까지 더 가치 있게 만들었죠.

그렇게 멋지게 가치를 더해오신 할머니가 오히려 “빈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야겠다”고 하시니 더 큰 울림이 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부 할머니의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졌습니다. 여러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정도로 말이죠.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비우고 또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욕심을 덜어낸 자리에 행복을 채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더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서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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