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치유 말하는 ‘흑백다방’, 코로나에 희망되길”

Է:2020-04-20 15:14
:2020-04-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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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 연합뉴스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오르는 2인극 ‘흑백다방’(작·연출 차현석)은 1980년대 때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역사적 질곡을 먹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과거 고문을 일삼던 경찰에서 심리상담사가 된 다방주인에게, 고문으로 청력을 잃은 청년이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극에서 다방주인과 청년을 가로막고 선 시대적 아픔과 분노의 벽은 진득한 대화 속에서 조금씩 허물어져 간다.

이 극은 객석에 앉아있던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68)의 마음을 가로챘다. 그가 흑백다방 무대에 오르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다. 김명곤은 2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극은 80년대의 아픔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화해와 치유를 말하고 있다”며 “고맙게도 차 연출가가 지난해에 이어 출연을 제안해 줘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2014년 초연된 흑백다방은 그해 ‘한국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등 국내 유수의 연극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현재까지 미국 영국 터키 일본 등을 돌며 400회 이상 공연됐으며, 2016년 에든버러 축제 코리아 시즌에 초청돼 세계 연극 애호가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영국작가협회 회원인 차 연출가는 흑백다방의 영어판인 ‘블랙 앤드 화이트 룸-카운셀러’를 현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이 재연 무대인 김명곤은 지난해에 이어 다방주인 역을 맡았다. 1970~80년대 학창시절 실험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극을 올리며 겪었던 일들이 캐릭터를 다듬는 바탕이 됐다. 김명곤은 “예술이 정치 권력과 갈등하고 투쟁하던 당시에는 연극 한 편 올리기가 참 힘들었다. 그 당시 만난 형사들도 떠오르더라”며 “선악을 전형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인간적 고뇌를 다층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나름대로는 굉장히 깊은 애정과 의미를 담은 인물”이라고 했다.

흑백다방은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랐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멈췄던 공연계에 시동을 거는 작품이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대신 한 자리씩 띄어 앉을 수 있도록 회당 200석 절반인 100석 정도만 관객을 받는 등 방역도 빈틈없이 한다. 김명곤은 “치유를 말하는 흑백다방이 코로나19로 힘들고 괴로운 분들에게도 위안을 주는 극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로막힌 두 인물의 벽을 허무는 극처럼 김명곤도 많은 것을 아우르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서울대 사범대 재학시절 연극반에서 활동하면서 연기를 배우는 한편, 인간문화재 박초월 선생에게 10년간 판소리를 배웠다. 잡지사 기자로도 일했던 그는 이장호 감독의 영화 ‘바보 선언’(1984)을 통해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연극 '흑백다방' 포스터. 극단 후암 제공


특히 그는 직접 각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에서 소리를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하는 비정한 떠돌이 소리꾼 유봉 역으로 활약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30만 관객 동원도 어렵던 시절 100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작품이다. 이후 연출자로도 작품을 선보이는 한편,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영화 ‘강철비’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는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김명곤은 “‘통섭’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오페라든, 창극이든, 영화든 결국 연극에서 태어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은 그런 그가 또 한 번 변신한 해였다. 국립극장장에 취임하며 행정가로도 데뷔한 그는 6년간 극장을 꾸리며 적자 극장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극장장을 그만둔 2006년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이 됐다. 그런 그가 공직에서 물러난 후 향한 곳은 대학로의 소극장이었다. 김명곤은 “한 번도 나를 정치인이라 생각한 적 없다. 창작활동이 내 삶의 목적”이라며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이 속한 국립극장장을 하면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에 대해 이해했고, 장관을 하면서는 예술계의 현실에 눈을 떴다. 그렇게 만들어진 넓은 시야가 연기와 창작활동에 보탬이 됐다”고 전했다.

김명곤은 다음 달 14일 오르는 국립창극단 ‘춘향’ 연출 작업도 매진 중이다. 틈틈이 우리 소리도 공부 중이라는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창조적 활동을 하는 게 변하지 않는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학과 음악, 음악과 연극, 영화와 뮤지컬, 이렇게 다양한 예술이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삶이 가장 행복한 것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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