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올스톱’된 유럽 축구 재개 논의가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영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오는 6월 무관중으로 경기를 재개한다는 방침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라리가(6~7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6월)의 무관중 개최 논의도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미러 스포츠는 6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를 6월 재개하는 방향으로 EPL과 영국 정부가 논의의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양측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 하에 무관중 상태에서 EPL 잔여일정을 모두 소화하기로 했다. 앞서 EPL이 발표한 리그 중단 기한은 이달 말까지지만, 코로나19 상황에 한 달 더 중단 기한을 미룰 걸로 보인다.
이런 결정엔 영국 정부의 낙관론이 영향을 미쳤다. 미러 스포츠는 “영국 정부가 앞으로 수 주 안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사태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 당국자들은 정부가 시행하는 ‘이동제한령’이 효과를 발휘해 4월 중순까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될 경우 일부 경기에선 관중을 받는 것도 허용한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PL 구단들도 리그 6월 재개가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EPL과 정부의 논의가 진전을 이루자 EPL 20개 구단은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열어 잔여 일정의 무관중 재개를 잠정 합의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여지도 있지만, 6월 중 남은 영국축구협회(FA)컵 경기와 함께 구단별로 남은 EPL 9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각 구단들은 이 자리에서 6월 복귀를 준비하기 위해 5월엔 선수들의 훈련을 강화하란 지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관중 재개’를 대비하기 위한 세부적 방안도 논의됐다. EPL은 경기장에 올 수 없는 팬들을 위해 스카이스포츠 등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유료 가입 채널 뿐 아니라 무료 시청이 가능한 공중파 채널을 통해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 채널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의 재개도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다. 스페인 방송 카데나 세르는 6일 “라리가는 6월에 재개돼 8월에 끝날 것”이라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8월 마지막 주에 치러질 전망”이라고 구체적인 재개 날짜를 전했다.
골닷컴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라리가와 스페인 왕립축구연맹(RFEF)의 고위 인사들은 무관중으로라도 라리가의 점진적인 재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라리가의 중계권사 중 하나인 메디아프로의 대표 자메 루즈도 지난주 스페인 방송 카데나 코페를 통해 “다른 모든 것들보다도 모두의 건강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7월까진 라리가가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UEFA도 6월에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의 일부 경기를 무관중으로라도 재개해 8월엔 결승전까지 완료하겠단 계획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 11일 발렌시아-아탈란타, 12일 파리 생제르맹-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른 바 있다. 올 시즌 유럽 대회가 8월 마지막주에 일정을 마친다면 2020-2021 시즌은 평소보다 늦은 9월 이후 재개될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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