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가 확정된 올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놓고 대회조직위원회 측은 애초 2년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년 연기안을 밀어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1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저녁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올림픽 연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화회담 30분 전에 모리 요시로 대회조직위원장을 관저로 불렀다.
아베 총리는 모리 위원장과 단독 대담에서 1년 연기안을 꺼내며 의견을 물었고 모리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2년 연기’가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일본의 기술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백신을 만들 수 있다”면서 2년 연기안을 배제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또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치 일정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임기 중에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총재가 행정 수반인 총리를 맡는다. 현재 자민당 당규는 총재 임기를 3번까지만 연임하도록 돼 있고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번째 임기는 내년 9월 말 만료된다. 이에 따라 자민당 당규 개정이 없는 한 아베 총리의 재임은 내년 9월까지만 가능한 상황이다.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201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 참석해 도쿄도의 올림픽 유치를 지원했다. 아베 총리는 2차 집권 기간 내내 준비해온 이 대회를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 참화를 딛고 일어선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부흥올림픽’으로 치르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거론된 후로는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낸 증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열고 싶다”며 ‘코로나 극복 올림픽’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모리 위원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1년 연기를 주장한 아베 총리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서 “(아베 총리가) 2021년에 (모든 걸) 걸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모리 위원장과의 단독 대담을 마친 뒤 바흐 IOC 위원장과의 전화회담에서 ‘1년 정도’ 연기를 제안했고 IOC와 세부 협의를 진행해 지난달 30일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막식을 각각 내년 7월 23일과 8월 24일 여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변수가 많다는 측면에서 1년 연기 결정에 대해 ‘불안한 합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화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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