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를 통계에서 누락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전통의학을 활용해 바이러스 치료 효과를 봤다는 주장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자국의 전통의학으로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4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 중 91.5%인 7만4000여명이 중국 전통약을 사용했다”며 “90% 이상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대응에서 중국 전통의학의 참여와 주목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800명에 가까운 전문가팀을 후베이성 우한에 파견했고 지원한 의료진 중 4900여명은 중의약 계통이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전통의학을 중국 문명의 ‘보물’로 칭하기도 했다면서 중국 당국의 지원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에도 환자들에게 양약과 전통약을 함께 처방하도록 했으며 “많은 사람이 부작용 없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중국 전통약을 복용하고 싶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통의학을 국가적 자부심과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해석이다.
국가중의약관리국 위옌훙(余艶紅) 부국장은 지난 23일 “일본·한국·이탈리아·미국·이란·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탈리아·프랑스 등 10여개국에 중국 전통의학과 침술 도구를 기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중의약관리국 관계자도 “중국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해 매우 기쁘다”며 “전통의학이 타국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의학계에서는 전통의학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두빈 베이징셰허병원 집중치료 병동 주임은 표준화된 실험을 통해 전통 약의 효과를 정립하기 어렵다며 “동일한 환자들에게도 매일 처방과 복용량이 달라 타당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난징대 정치학과 구쑤 교수도 “이념적 근거로 전통의학을 홍보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어떤 치료법이 효과적인지는 과학의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의학을 공부한 뒤 서양의학도 함께 전공한 한 의사는 전통의학의 바이러스 치료 효과는 플라시보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SCMP에 “모든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통 약을 처방하는 것은 병원에 하달된 국가정책이다. 최고 지도부는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으면 전통 약을 처방하도록 했다”며 “누가 감히 국가정책에 반대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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