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더 힘겨운 쪽방촌 사람들…“1명만 걸려도 전멸”

Է:2020-03-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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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비로는 마스크 한 장 사는 것도 큰부담

한 쪽방촌 주민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을 걷고 있다. 정우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가량 이어지면서 서울 영등포구의 쪽방촌은 도심 속 외로운 섬이 됐다. 대부분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쪽방촌 주민들은 어느 해보다 노심초사 하며 불안한 봄을 보내고 있었다.

19일 아침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여기에 지금 500명 정도 사는데 대부분 어디 한 곳은 아픈 사람들이라 만약 누구 하나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전멸할 수도 있다”며 “영등포역 주변을 떠도는 만취한 노숙자들이 자꾸 쪽방촌으로 와서 침을 뱉거나 소변을 보는데, 요즘은 그게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둘러본 쪽방촌은 골목에 나와있는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집들이 전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 주민 대부분이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고령층이라 감염에 대한 공포가 훨씬 클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주민 최모(71) 할머니도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최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번씩 재난문자가 울리는데, 그거 볼 때마다 주변에 확진자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 너무나 무섭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에 손세정제가 설치 돼 있는 모습. 정우진 기자

별다른 수입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살아가는 쪽방촌 주민들에게는 공적마스크 한 장 사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또 주민이 대부분 고령층이라 공적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최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서 집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데 약국 앞에서 2~3시간씩 서 있을 수가 없다”며 “간간이 마스크 후원이 들어오는데, 하나로 2주 정도 버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엄습한 이후로 쪽방촌 주민들은 끼니를 때우는 일도 쉽지 않다. 상당수 인근 무료급식소는 문을 닫았고, 주먹밥 등 간편식을 야외에서 나눠주는 급식소에는 노숙인이 많이 몰려 쉽게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또 다른 70대 쪽방촌 주민은 “급식소들이 문을 닫은 후에는 집에서 쌀과 김치로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주민들의 소소한 수입원이었던 공공근로 일자리가 사라진 것도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주민 조모(51)씨는 “그동안 공공근로 청소 일자리로 용돈을 벌곤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 취소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조씨는 골목 중간중간 벽에 테이프로 고정해 놓은 손세정제를 손에 바르며 “이렇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코로나야 빨리 없어져라’고 빌면 금방 사라지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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