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세에 접어든 듯했던 대구에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요양원 등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도중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기저질환자가 대부분인데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전날 요양병원 5곳에서 87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시설별로는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74명, 북구 배성병원 7명, 수성구 수성요양병원 4명, 동구 진명실버홈 1명, 수성구 시지노인병원 1명 등이다. 확진자들은 대구시가 진행하고 있는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전수조사는 시설 397곳(사회복지시설 330개, 요양병원 67개)와 종사자 및 환자 등 3만3628명(종사자 1만2943명, 생활인 및 환자 2만6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를 쏟아낸 한사랑요양병원에선 지난 16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병원 간호부장이 개인적으로 검사를 받다 확진자로 분류됐다. 대구시는 다음 날 곧바로 병원 입원환자와 종사자 등 188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환자 57명과 종사자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종사자 4명은 병원에 입원 조치됐고 나머지 10명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환자 57명은 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브리핑에서 “병원 안에 있는 비감염 환자 60여명에게도 추가 전파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으로선 한사랑요양병원이 치매 전문 병원이라는 점이 뼈아프다. 앞선 경북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사례에서도 면역력 유지가 쉽지 않은 정신질환자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한사랑요양병원에 치매를 앓는 고령자들이 많아 감염관리에 취약하다. 한두 명의 환자가 생겼을 때는 실내 전파가 많이 되고 위중한 상태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더 많은 확진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대구 지역 전수조사 진행률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약 2만여명의 요양시설 관련 종사자와 고위험군 환자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역학건강증진학과 교수는 “요양시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들은 따로 약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을 의심하기 쉽지 않다”며 “중증도 분류로 병상 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전날 0시보다 93명 늘어 총 8413명으로 집계됐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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