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친상을 당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 순간만큼은 세상사 모든 풍파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어머니의 지나온 여정을 회상하며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며 모든 이들에게 간곡하게 마음으로만 위로를 바라는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 지사의 어머니를 향한 애달프고 절절한 그리움의 글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지사는 어머니를 ‘나의 하늘’이라고 말하며 자랑스러워 하곤 했다.
#어머니, 기억나세요? 경북 안동 산골짜기, 방 안의 물그릇조차 얼어 터지는 추운 소개집 부엌에서 우리 남매들 추울까봐 새벽마다 군불 때 주시던 그때를, 자식들 입에 거미줄 칠까봐 낮에는 남의 밭일로, 밤에는 막걸리와 음식을 파는 힘겨운 삶에 지쳐서 부엌 귀퉁이에서 우리들 몰래 눈물 훔치시던 모습을 저는 기억합니다. 행여 들키시면 매운 연기 때문인 척 하셨지만 아무리 둔하고 어려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성남으로 이사와서는 중학교 대신 출근하는 넷째아들이 가여워서 아침마다 한 손에는 도시락, 또 한 손에는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공장까지 바래다 주셨지요. 낮에는 집안 살림에 공중화장실을 지키는 고된 노동까지 하셨으면서도 어린 아들이 철야작업을 끝내고 돌아오는 새벽까지 봉투를 접으시며 기다려주시던 그 안타까운 마음을 기억합니다.
제가 일말의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참혹한 환경 속에서도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고, 죽을 힘을 다해 한 발짝씩 나아가 마침내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그 따뜻한 격려와 깊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7남매를 키우시느라 평생을 바치시고 이제 연로하셔서 제대로 잘 걷지도 못하시는 어머니, 바로 얼마 전 어머님 83번째 생신잔치에 전부는 아니지만 아들 손자 며느리 다들 모인 자리에서 “바쁜데 그냥 전화 한통이면 되지 뭘 이리 번잡스럽게..” 하시면서도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 지으시던 어머니.
어떻게한들 어머니 마음 상처를 다 아물게는 못해드리겠지만 그래도 네째가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은혜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수 있도록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셔만 주세요.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듯 이 지사의 어머니를 향한 그칠줄 모르는 사모곡은 부창부수일까?
아내인 김혜경 여사의 글에도 아프지만 미소짓게 하는 글들이 그리움으로 성큼 다가온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어머님은 내 손을 잡고 성남의 상대원시장으로 향하셨다. 아버님이 청소노동자로 일하며 자식들 먹이려고 썩기 직전의 과일을 주워오셨다던 그 시장, 젊은 시절의 어머님과 어린 시누이가 남자들이 드나들던 공용화장실 앞에서 화장실 이용료를 받으며 화장지를 팔던 바로 그 시장이다.
남편이 드리는 생활비를 아껴 남몰래 꼬박꼬박 모으셨던 어머님, 그런 귀한 돈으로 그 시장에서 제일 좋은 국자 세트를 사주시면서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시던 어머님. 힘든 삶을 사셨으면서도 여전히 백옥처럼 뽀얗고 궂은 티 하나 없이 고운 피부를 가지신 어머님.
지독한 가난 속에서 힘겹게 키워낸 넷째 아들이 변호사로 성공하고 어느덧 번듯하게 며느리까지 맞았으니 상대원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며느리를 인사시키시는 마음이 남다르셨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손잡이가 떨어져나가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애틋한 마음으로 쓰고 있는 소중한 물건이다.
#어머님은 나를 앉혀놓고 이런저런 옛이야기 들려주는 걸 좋아하신다. 계모 밑에서 미움받고 자란 이야기,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고생한 이야기, 아이들 키우면서 어려웠던 이야기… 그런 어머님이 너무 가여워 이야기를 듣다가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운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설움에 잠겨 계신 어머님의 기분을 한 방에 바꾸는 마법 같은 문장이 있다.
“그런데도 어머님은 어쩌면 이렇게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셨어요?” 이 한마디면 눈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당신 아들의 총명함과 배포와 잘생김 등 다채로운 주제로 두만강에서 나뭇잎 타고 내려올 법한 이야기들을 끝없이 이어가신다.
가끔 나도 며느리 앉혀놓고 이러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상상을 하다가 피식 웃은 적도 있다.

이 지사는 어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 밤, 어쩌면 가장 길면서도 짧은 밤을 보내고 있는 지 모르겠다…
지난 13일 경기도는 “이 지사의 모친 구호명 여사가 오후 3시30분쯤 향년 88세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발인은 15일 오전 5시이며, 장지는 경북 봉화 선영이다.
성남=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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