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둘이 200마리 돌보는데…” 코로나19 비상걸린 동물보호소

Է:2020-03-10 15:11
:2020-03-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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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발길 끊겨 운영난 심각…...국가적 지원방안도 없어

동물보호소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시설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제공: 천사들의보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설 동물보호소들이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들의 기부와 봉사가 끊기고 방역 부담은 과중한 상황이다.

재난 상황에서 동물을 보호하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사설 동물보호소들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일산시의 동물보호소인 ‘천사들의보금자리’는 직원 2명이 개, 고양이 도합 230마리를 돌본다. 평소엔 봉사자 두 세 명이 보호소를 방문해서 견사 청소, 배식 등을 돕지만, 2주 전부터 코로나19 우려로 보호소 자율적으로 코호트(자체격리)운영을 시작하면서 인력과 예산 문제가 발생했다.

관리소장 송재섭(58)씨는 “봉사자 발길이 끊겨 후원 물품과 액수도 30% 급감하고 일손도 부족하다”면서 “하지만 내가 코로나에 걸리기라도 하면 동물들은 꼼짝없이 굶어 죽겠다는 걱정에 봉사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전국 감염자 수의 70% 이상 몰려있는 대구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마리 유기견을 홀로 돌보는 대구 ‘영자네보호소’ 최영자(72) 소장은 “평소보다 후원액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한달 전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털어 운영한다”고 하소연했다.

시민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보호소를 운영하는 형편 상 봉사자들이 겸사겸사 가져오던 사료나 후원금의 비중이 컸는데, 한달 전부터 봉사자 출입을 통제하면서 보호소가 운영난에 처한 것이다.

매주 봉사활동을 6년째 이어가는 울산 미미보호소의 A씨(42)는 “지난달 22일 울산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5년차 이상의 봉사자 6명이 모여서 보호소를 격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위험이 있더라도 허리디스크를 안고 있는 70대 소장이 홀로 180여 마리 동물을 돌볼 수 없다보니, 정기 봉사자 6명이 스스로 행동반경을 회사·집으로 최소화하고 주 2회 보호소로 출근하는 상황이다.

A씨는 “나 한 명의 건강소홀로 보호소가 마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들 사회격리에 철저함은 물론이고 가벼운 기침 증상만 보여도 보호소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마리 유기견을 보호하는 대구 ‘호루라기쉼터’ 박영보(64)씨는 “봉사자 발길이 끊겨서 운영난에 처한 작은 보호소들이 대구 지역에 많다”며 “도움이 급한 인근 사설보호소 3곳은 사료 및 후원금을 지원해달라고 서울 지역의 대형 시민단체들에 요청했지만, 그들도 사정이 넉넉치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설보호소들은 스스로 방역작업에 나서고 있다. 송 소장은 “하루에도 7번씩 시설을 소독하느라 힘겹다. 택배 물품까지 일일이 소독하느라 하루에 에탄올 9ℓ를 사용하는데 그 비용만 4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송 소장은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인데, 이런 역할을 분담하는 사설보호소들에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봉사자 발길이 끊기면서 사설 동물보호소들이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사진제공: 천사들의보호소 봉사자 신지연 )


전문가들은 동물보호소들의 자격 요건이 없어 공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 팀장은 “동물보호법 제4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유기동물을 구호하는 관련 시민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면서도 “사설보호소는 법률상에 신고 혹은 허가규정이 없어 정부가 지원해줄 근거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동물권연구단체PNR의 서국화 변호사는 “지난해 강원 고성산불 때도 확인했듯, 우리나라엔 재난상황에서 동물구호를 위한 법·제도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재난 국면에서 동물에 대한 보호조항 및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매뉴얼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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