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121)] 명예훼손㊱ 피의사실 공표한 경찰관의 행위는 불법


A는 한 방송사의 뉴스를 보던 중 경찰관 B가 나와서 “A는 서울시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인데, 의료법 위반 행위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점을 알게 되었다. A는 자신이 실제로 조사를 받고 있었지만,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방송사와 B에 대해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A는 방송사의 보도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얼마 전 조사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대대적으로 보도될 줄은 몰랐던 것이지요. A는 사실 자신이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지는 못했습니다. 관행 상 다들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A의 행위는 엄연히 의료법 위반이었습니다.

A는 조사가 들어오자, 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으로 인해 주변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게 되었습니다. A가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을 조사했던 경찰관 B 때문입니다. 전후 사정을 다 얘기했으나, 이를 언론에 알려 자신의 피해가 더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A의 혐의 및 조사가 사실이라는 점에서 언론사는 보도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깍아내리는 보도를 의미하는데, 사실을 보도하였다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명예훼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A의 혐의 사실을 언론에 말한 B는 어떻게 될까요. A는 경찰관 B가 소속된 대한민국을 상대를 소송을 제기하며, A에 대한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문제되는 공무원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이 가능한지의 문제입니다.

법원은 유사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법원은 국가가 A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법원은 “B는 직무를 행하면서 알게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기자에게 말하였고, 이로 인해 A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였다”며 “비록 기자 1인에게 말한 내용이라 해도 특정한 1인에게 알리는 행위도 이로 인하여 불특정다수인이 알 수 있을 때는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는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위법행위인 것이지요.


[허윤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 대리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재심법률지원 위원,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법률고문,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딜로이트 컨설팅, 쿠팡, 국민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JTBC, 파이낸셜뉴스, Korea Times 등 자문.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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