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니까요.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외과 전문의 백보미나(38·사진)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망설임 없이 대구 파견을 자원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잠시 일을 쉬면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지만, 의료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을 보고 주저 없이 현장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백씨는 “이번 일을 통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백씨가 파견을 결심한 이유는 대구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늘고 있는 만큼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선별진료소는 간단한 교육 만으로도 검체 채취 등의 업무를 할 수 있지만, 대구·경북 지역은 중환자까지 볼 수 있는 전문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백씨는 전문 의료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는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백씨는 처음 의료 봉사를 지원할 때 대구에 가겠다고 했지만, 현지 의사회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후 대한의사협회에 봉사 신청을 해 서울 서초구의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일을 하다가 다음 주 대구로 떠날 계획이다. 백씨는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이 같은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인력을 배치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씨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의사로서 봉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백씨는 “진로 고민은 향후의 문제일 뿐 지금은 의사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생각”이라며 “다른 일정은 밀려도 큰 문제 없고, 이 일 때문에 밀려야 한다면 그건 그냥 밀려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아직 파견 사실을 알리지 못한 가족이 있다. 바로 어머니다.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지원해준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함께 숨겨준 ‘공범’이다. 백씨는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딸 걱정이 많으신 어머니에게는 차마 파견 사실을 얘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와 의료진의 대응에서 긍정적인 면도 봐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외국에서 한국이 위험 국가인 것처럼 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열심히 하는 부분은 높게 사야 할 부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씨는 “현장에서 많은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는 만큼 잘하고 있는 부분도 국민들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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