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 고속정에서 수류탄이 폭발해 승조원 7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를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 해군작전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2시 20분쯤 남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참수리급 고속정에서 수류탄이 폭발해 중상 2명, 경상 5명 등 7명의 해군 간부가 부상했다.
사고는 승조원들이 소총 사격 훈련을 마친 뒤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다 발생했다. 배 밖으로 던져야 하는 수류탄이 선박 안에서 잘못 폭발했다는 것이다.
우선 참수리급 고속정에 육군이나 해병대 등에서 사용하는 수류탄이 왜 탑재됐느냐 하는 의문이다. 지난 1999년과 2002년 제1, 2연평해전에서 참수리급 고속정은 빠르게 기동해 함포와 기관포, 기관총으로 교전했다. 과거 해상 전투에서 쓰인 적도 없고 비효율적으로 평가받는 무기가 수류탄인 셈이다. 대잠수함 격퇴 및 공격무기로 보기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연평해전과 서해해전 이후 참수리급에도 폭뢰를 무장한다. 폭뢰는 고속정 갑판 위에 무장하므로 이번 함정 위에서의 폭발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표적물도 없는 망망 바다에서 연습용도 아닌 실제 수류탄을 바닷속으로 투척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훈련 과정이냐 하는 의문도 나오는 상황이다. 부상자 전원이 간부급이었던 만큼 대상과 훈련 프로세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참수리 고속정 해군 658기다. 수류탄 배에서 안쓰는데.”, “해군과 공군은 수류탄을 사용하지 않는다”, “바닷속에 수류탄을 던지는 훈련은 이해할 수 없다”, “육군 GP에서 어뢰 폭발했다는 소리 같다”, “흔들거리는 갑판에서 훈련인데 실제 수류탄을 쓴다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해당 고속정에는 평소 해상용 공격용 수류탄을 적재하고 있으며 연안으로 침투하는 대잠수함(정) 소탕을 위해 관련 훈련을 진행해 왔다”고 해명했다.
훈련 당시 주변에 다른 배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함정 정비 차원에서 해당 함정만 단독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함정의 전투 준비 유지 차원에서 정상적인 훈련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최근 야외 기동을 금지한 국방부 지침을 무시하고 해군이 훈련을 강행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 측은 함정의 전투 준비 유지를 위해 안전 대책을 강구하면서 함정 단위의 해상 단독 훈련은 국방부 훈련 지침을 준수하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해군은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수류탄 조작 실수인지, 불량품인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다각도로 조사 중이다. 그러나 수류탄이 이미 터졌기 때문에 불량 여부 등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군은 전날 오후 경남 진해 군항으로 옮겨진 사고 군함에 대한 1차 현장검증을 시행했다. 이날 현장 감식은 피해 장병의 가족 일부가 참관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했다.

현재 중상자 2명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명은 얼굴과 눈을 다쳐 1차 수술 후 추가 수술을 검토 중이고 나머지 1명은 우측 팔목이랑 얼굴에 대한 파편 제거 등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자 5명은 군 병원에서 1차 치료를 진행한 후 대학병원 등 군 협력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아울러 함정에 타고 있던 다른 승조원들도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정신과 치료를 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를 우선한 뒤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고 난 고속정은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참수리급(PKM·Patrol Killer Medium) 고속정이다. 고속정은 150t급으로 길이 37m, 폭 7m에 최대속력 38노트(70km/h), 승조원 30여명이 탑승했다. 대함레이더를 갖추고 있으며 40㎜ 함포 1문, 20㎜ 기관포 2문, K-6 기관총, 대잠수함 폭뢰로 무장했다. 사고 부위는 ‘함미(군함의 꼬리)’다.
한편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은 지난 1978~1991년 100여척을 건조해 최근까지 운용 중이다. 단일 함정으로는 서방 진영에서 가장 많이 건조된 함정으로 손꼽힌다. 이 중 절반 이상을 필리핀, 방글라데시, 동티모르, 카자흐스탄 등이 무상 또는 척당 100달러라는 상징적인 가격에 가져갔다. 사고 고속정도 올해 말 퇴역을 앞두고 대체할 차기 고속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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