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가 전·현직 의원들을 포함한 정치인들에게 조직적으로 접근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인사 코드를 부여하고 연락을 시도한 기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기여도 등을 측정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1일 전직 부산 신천지 내부자를 통해 문건 2건을 입수했다. ‘HWPL국내인사목록’이라는 제목의 파일에는 지역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10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신천지는 2017년부터 각 인물마다 고유 인사 코드를 매겨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 종교 여부를 입력해 관리했다.
신천지는 정치인들을 산하 단체에 나눠 관리토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관리팀’ 항목에는 인물마다 국제여성평화그룹(IWPG) 등 산하 단체들의 이름이 각각 나뉘어 적혀 있었다. 국회의원 외에도 경남 지역 시의원과 정당인 등도 포함돼 있었다.
정치권 인사들과 구체적으로 연락한 정황을 기록한 문서도 발견됐다. ‘HWPL연락기록정당인’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80건의 연락 기록이 담겨 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13일 ‘한 현직 국회의원이 4월 15일 이후 IWPG의 ‘평화사랑그림그리기대회’에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는 취지의 연락기록을 남겼다. 이밖에 다른 정치인에게 후속 서신을 발송했다거나 전시회에서 함께 만나 종교인연합사무실에 초대했다는 등의 기록도 담겼다.
신천지 내부 문서에 등장한 정치권 인사들은 모두 자신과는 관련이 없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연락 기록에 포함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록에 나온) 지난달 13일엔 서울에서 있었는데다 이들과 연락한 기록도 없다”면서 “종교행사에 종종 참석하지만 공동체를 파괴하는 곳의 행사에는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의원도 “지난해 HWPL에서 왔다는 인사 2명이 접근해 ‘통일과 관련된 행사를 준비하는데 고위직 섭외를 도와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지만 거절했다”면서 “자신들이 정치권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도 “몇 년 전 지역구에 신천지 집회장이 들어오려고 해 반대집회를 한 적이 있다”면서 “HWPL이든 IWPG든 들어본 적 없는 단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행사 개최 등을 위해 꾸준히 정치권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신천지가 자체 집회나 행사를 계획하면 항상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에 정치권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면서 “여야 가리지 않고 접근하기 때문에 (정치권) 전반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윤태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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