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내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란이 새로운 바이러스 발원지로 떠오르면서 중동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오랜 대(對)이란 경제제재로 이란 당국의 전염병 대처 능력이 망가지면서 보건 위기를 빚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에서는 24일 현재까지 총 61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슬람 시아파 성지 곰 지역에서 지난 13일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래 열흘여 만이다. 사망자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3일까지 5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이드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가 중국인 근로자와 파키스탄 출신 순례자들을 통해 이란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국가들에서도 속속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대부분 이란과 연관됐다는 점에서 이란 발(發)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각국 당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아프가니스탄, 바레인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각국 당국은 확진자들이 최근 모두 이란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에는 시아파 성지가 여럿 있어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서 다수의 순례자들과 종교 유학생들이 유입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중동 역내 코로나19 발원지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 탓이라고 주장한다. 제재로 인해 의료장비·의약품 수급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첸시 조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이란의 핵개발을 이유로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이란 경제와 의료보건체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수십년에 걸친 제재는 이란의 의료장비 공급 부족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50명당 1명꼴로 숨진 데 비해 이란은 5명당 1명이 숨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란의 의료시스템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중동연구소의 아시프 슈자는 SCMP에 “이란은 2015년 중동 국가들을 강타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창궐 당시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던 국가”라며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전염병을 최근 겪은 적이 없어 대응 능력이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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