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민주당 초반 경선 3연전 ‘독주’
‘한 때’ 선두주자 바이든, 네바다 2위로 기사회생 발판
트럼프 “미친 샌더스가 네바다에서 선전” 조롱
WP “민주당 상·하원 선거 출마자들, 샌더스와 거리두기”
부티지지 “혁명 신봉하는 샌더스, 대다수 미국인 배제” 공격
진보 진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2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뒀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개표가 절반밖에 이뤄지지 않지만 미국 언론들은 샌더스 승리를 확정된 사실로 전했다. 샌더스 상원의원도 승리를 선언했고, 다른 후보들도 이를 인정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 초반전에서 선두를 질주하면서 ‘샌더스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급진적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독주에 민주당의 고민도 동시에 깊어지고 있다.
워싱턴 시간으로 23일 오전 2시 현재 개표 50%가 진행된 결과, 샌더스는 46.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2%로 2위에 올랐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5.4%로 3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0.3%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깜짝 3위를 차지했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4.5%의 저조한 득표율을 보이며 5위로 처졌다.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세 번째 경선이었던 네바다 코커스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경선 초반 국면의 절대강자 자리를 굳혔다. 샌더스는 경선 개막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부티지지 전 시장에게 득표율 0.1% 포인트 차로 패하며 사실상 공동 선두와 같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샌더스는 2차전이었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25.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뒤 네바다 코커스까지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1등 후보로 알려졌다가 경선 초반전에 추락했던 바이든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초반 ‘깜짝 스타’로 샌더스와 ‘신(新) 양강 체제’를 형성했던 부티지지는 뒷심이 달리는 모양새다.
샌더스는 히스패닉의 지지와 젊은 층의 변함없는 몰표를 바탕으로 네바다 코커스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WP는 네바다 코커스 직전 실시한 입구조사에서 히스패닉의 51%가 “샌더스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유색인종에서도 샌더스가 강세라는 사실이 확인된 대목은 향후 경선 가도에서 샌더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입구조사 결과, 30대 미만 유권자들의 65%가 “샌더스를 찍겠다”고 답했다. 30∼44세 유권자들의 50%도 샌더스를 택했다.
특히 샌더스는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패배했던 네바다주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강해진 면모를 과시했다.
샌더스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을 위해 최대 표밭 중 하나인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로 이동, 연설을 통해 “네바다에서 우리는 힘을 합쳐 다양한 세대와 인종의 연대를 이뤄냈다”면서 “이런 연대는 단지 네바다 승리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휩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국인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는 대통령’,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미국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대통령’에 싫증을 내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정의의 원칙에 기초한 정부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바다 코커스에서 2위로 올라서며 반전의 기회를 잡은 바이든은 “기분이 좋다”면서 “우리는 (29일 있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와 슈퍼 화요일에서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친(Crazy) 버니 (샌더스)가 위대한 네바다주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바이든과 나머지는 약해 보인다”면서 “미니(Mini)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는 대선 토론 역사상 최악의 토론 실력을 보여준 이후 선거운동을 재개할 방법이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에게 ‘미친’이라고 조롱하고, 작은 키의 블룸버그 전 시장은 ‘미니’라고 비아냥대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버니 (샌더스), 축하한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승리를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하라”고 놀렸다. 그러면서 최근 제기된 러시아의 샌더스 지원설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에 따르면 크렘린(러시아)이 샌더스가 백악관을 차지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왜 아무도 나한테 이것을 말해주지 않았나”고 꼬집었다.
하지만 ‘샌더스 대세론’에 민주당의 한숨소리도 커지고 있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이미지가 아킬레스 건인 샌더스에 대해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진영은 샌더스를 향해 ‘사회주의자’라는 색깔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는 샌더스가 이념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만나기를 가장 원하는 후보가 샌더스라는 얘기도 나온다.
WP는 11월 3일 미국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들이 자본주의를 옹호하면서 샌더스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주의자 이미지의 샌더스가 자기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이념 성향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네바다 코커스에서 3위로 처진 부티지지는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선 다수가 우리를 지지해야 한다”면서 “경직된 이념적 혁명을 신봉하는 샌더스는 대다수 미국인과 민주당원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샌더스를 공격했다.
샌더스 앞에 등장한 새로운 암초는 ‘러시아 지원설’이다. WP는 러시아가 미국 민주당 경선에 개입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도우려 한다는 정황을 미국 당국이 포착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도 샌더스 의원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앞으로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과 14개 주에서 경선이 한꺼번에 열리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있다. 샌더스가 연승을 거듭하면서 대세론을 굳힐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 바이든이 역전을 발판할지, 그리고 슈퍼 화요일을 시작으로 경선에 뛰어드는 블룸버그가 어느 정도 파괴력을 보여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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