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 700명이 15, 16일 이틀에 걸쳐 충남 아산·충북 진천의 임시생활시설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14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무사히 퇴소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묵묵히 헌신한 정부합동지원단의 공이 컸다.
박성식 아산 임시생활시설 정부합동지원단장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울하고 의기소침한 채 들어왔다가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나가는 교민들을 보니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에서 파견된 아산과 진천의 정부지원단 111명은 임시생활시설 건물 1층에서 업무와 숙식을 해결하며 교민들과 함께 지냈다. 1인 1실에서 생활하던 교민들에게 식사와 물품을 전달하고 이상 증상은 없는지 확인하다 보면 밤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 박 단장은 “바깥과 단절된 채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2주가 훌쩍 지났다”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방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온 교민들 챙기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달 초 아산 시설의 교민 가운데 13번째와 24번째 확진자가 연달아 발생했을 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고 기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시설 내에서 전파될까 교민과 지원단 모두가 위축됐었다고 한다. 박 단장은 “확진자 두 명이 같은 생활관에서 나와 일부러 그곳을 찾아 소독과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자고 다독였다”며 “교민과 지원단 모두가 노력해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립된 교민들이 안정될 수 있도록 매일 오후 3시 라디오방송도 진행했다. 교민들이 방문에 사연과 신청곡을 적은 쪽지를 붙이면 진행자가 이를 소개하며 노래를 들려줬다. 진행을 맡았던 파견 의사는 ‘펭수’의 성대모사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교민들은 하루 20~30통씩 사연을 보내며 호응했다. 이 의사는 “격리돼 있다보니 하루에 한 번도 웃을 일이 없더라”며 “소소한 방송이었는데 무료한 교민들이 즐거워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원단 노력에 우한 유학생 박모씨는 “방 안에 혼자 갇혀있을 때 하얀 미니언즈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안심이 됐다”며 “펭수 성대모사에 재미있는 라디오 방송도 해주셔서 14일 격리생활을 버텼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교민들은 하얀 방호복에 고글을 쓴 지원단 관계자들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라고 불렀다.

지원단은 교민들의 입소부터 퇴소 후까지 알뜰살뜰 챙겼다. 임신한 교민이 안정적으로 원격 진료와 심리 상담을 받도록 도왔고 한밤중에도 발열 등 의심 증세를 보이는 교민이 생기면 신속히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다. 교민들은 지원단에게 120통 넘는 감사 편지를 보내며 아낌없이 고마움을 전했다. 박 단장은 “교민들로부터 편지를 받을 때면 힘들었던 것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며 “모두가 건강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원단은 폐기물 소각과 방역 작업을 마치고 교민들보다 하루씩 늦게 퇴소할 예정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근 주민들도 이날 교민들의 건강한 귀가를 축하하며 환송했다. 아산 주민들은 ‘아산은 당신을 적극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퇴소를 축하했다. 교민들은 서울, 대구·영남, 충북·대전·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이동해 권역별 거점에 내려 각자 거주지로 돌아갔다.
방극렬 기자, 아산·진천=전희진 홍성헌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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