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동부의 한 도시에서 무장 탈영 군인이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해 26명을 살해하고 57명을 다치게 했다. 태국은 합법적으로 총기 소유가 가능한 국가지만 미국에서나 벌어질 만한 대규모 총기난사 범죄가 벌어진 건 이례적이다. 이 군인은 자신의 범행 장면을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등 앞서 벌어졌던 총기난사 사건을 모방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교전을 벌인 끝에 사살됐다.
AP통신과 BBC,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수도 방콕에서 약 250㎞ 떨어진 도시 나콘랏차시마 인근 군부대의 선임 부사관 짜끄라판 톰마(32)는 8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쯤 부대 지휘관과 지휘관의 장모, 동료 군인 등 3명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현지 관리에 따르면 짜끄라판은 피해자들과 금전적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짜끄라판은 범행 직후 무기고에서 자동소총과 탄약을 챙긴 뒤 군용차량을 타고 부대를 빠져나갔다.
짜끄라판은 2시30분 뒤인 오후 6시쯤 대형 쇼핑몰 ‘터미널 21 코라트 몰’에 나타났다. 그는 쇼핑몰에 들어서자마자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했다. 터미널 21은 태국의 유명 쇼핑몰 체인으로, 외관은 공항 여객 터미널을 본떴으며 실내는 파리 에펠탑과 런던 빅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등 세계 유명 건축물의 모형으로 꾸며 놨다. 범행 당시 쇼핑몰 안에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손님들로 꽤 붐볐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런 총격에 쇼핑몰은 대혼란에 빠졌다. 실내를 걷던 손님들은 총소리를 듣자마자 총격을 피할 만한 엄폐물로 숨어들었다. 시민 상당수가 쇼핑몰 바깥에서 총에 맞아 숨졌으며 차량에 탑승한 채 변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쇼핑몰 안에 있던 시민 수백 명을 대피시킨 뒤 범인을 찾아 나섰다. 경찰에 구출된 한 시민은 AP통신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화장실에 숨었다”며 “매우 두려웠다”고 말했다.
짜끄라판은 자신의 범행 장면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총으로 무장한 자신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글과 함께 올렸다. 범행 도중 “너무 피곤해 손가락도 까딱하기 힘들다”고 적기도 했다. 태국 정부는 페이스북에 연락해 짜끄라판의 계정을 폐쇄토록 조치했다.
경찰은 오후 7시20분쯤 쇼핑몰 4층에서 인질 8명을 붙잡은 짜끄라판을 발견했다. 당시 이곳 쇼핑몰 4층에는 한국인 선교사 자녀와 선교 목적으로 태국을 방문한 그의 지인 등 우리 국민 8명도 있었으나 다행히 오후 10시30분쯤 경찰 지시에 따라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국 경찰 특공대는 이튿날까지 대치를 벌인 끝에 사건 발생 17시간 만인 9일 오전 8시30분쯤 짜끄라판을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했다.
태국 정부는 범인 짜끄라판을 포함해 총 2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짜끄라판과 교전 중에 숨진 경찰관 1명도 포함됐다. 부상자는 57명으로 집계됐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부상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태국에서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쁘라윳 총리는 “짜끄라판은 피해자들과 체결한 부동산 계약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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