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1년 미만 근로자 임금의 4.39배에 육박해 덴마크(1.44배) 등 유럽연합 주요국과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과 다른 부문 월평균 임금은 각각 424만원과 152만원으로 2.8배 차이가 났다. 한국의 노동시장 발전을 위해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에서 직무급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3일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 3개국 사례와 한국 상황을 비교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한국 노동시장이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으로 양분돼 있다고 분석하면서 두 집단 간 노동 안정성과 임금 등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의 근속연수는 13.7년으로 다른 부문(2.3년)에 비해 6배 가까이 길고, 월평균 임금은 각각 424만원과 152만원으로 2.8배 차이가 나는 등 격차가 크다.
보고서는 또 임금의 연공성 면에서도 한국의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1년 미만 근로자 임금의 4.39배에 육박해 덴마크(1.44배) 등 유럽연합(EU) 주요국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봉제 적용 기업이 100인 미만 기업에서는 15.8%에 불과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60.9%에 달한다며 이런 구조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임금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도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정책 추진이 필요하지만, 고용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사회보장제도와 협력적인 노사 파트너십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개국은 모두 경제 위기와 높은 실업률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의 유연성·안정성 정책을 추진했으며 이는 노동 유연화 과정에서 필요한 관대한 실업 보상(종전소득의 70∼90%를 보장하는 실업급여) 체계와 협력적인 노사 파트너십 등이 기반이 됐다.
덴마크는 19세기부터 비교적 해고가 유연한 관행이 이어져 왔으며 고용 불안 문제가 제기되자 1970년대부터 평균 순소득 대체율이 70∼90%에 달하는 높은 실업수당을 장기로 제공했다. 그러다 1990년대 실업률이 치솟자 직업훈련 참여를 조건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축소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도 각각 ‘바세나르 협약’(1982년)과 ‘랜-마이드너 모델’(1950∼80년대) 등 노사정 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노동 유연안정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3개국의 유연안정성 정책은 노사 관계와 힘의 균형에 의한 노동시장 개혁정책이라 할 수 있다”며 “한국 노조도 직무가치나 생산성이 반영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고, 사용자 측도 임금조정을 조건으로 일정한 고용안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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