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고작 문자 한통이라니요….”
즐거운 설 연휴가 끝난지 이틀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일터를 떠나라는 명령은 짧은 문자로 날아왔다. 사유는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이번 달로 근로계약이 만료되는데 더 연장하지 않겠다. 그동안 고생했다.’
A씨(72)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아파트에서 10년 간 경비 일을 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주택관리업체로부터 일을 그만둬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계약 만료 사흘 전이었다. 휴대전화 속 글자를 반복해 읽어봤지만, 그의 실직은 변함없었다.
A씨는 “계약 만료 사흘 전에 나가라고 하면 당장 어디 가서 밥벌이하라는 말이냐”며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내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호소했다.
이같은 갑작스러운 문자를 받은 경비원은 A씨 뿐만이 아니었다. 이 아파트는 1000세대가 넘게 거주하는 곳으로, 경비원 24명이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A씨를 포함한 8명이 똑같은 내용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6년 동안 일해온 경비원들이 같은 날 경비복을 벗게 된 것이다. 해고자들 중에는 A씨 처럼 고령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교적 젊은 편인 60대 초반 경비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경비원들의 집단 실직은 지난해 11월부터 정해진 일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회의를 거쳐 경비원 인원 감축을 의결한 것이다. 매년 오른 인건비로 인한 관리비 부담을 덜기 위한 판단이었다.
관리사무소는 주변 아파트 동대표 회의 등에서도 경비원 감축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신축 아파트들은 무인 택배함과 고화질 CCTV 등이 설치돼 있어 경비원들의 할일을 대신하고 있으며, 관리비 부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분들로 알고 있는데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당분간 업무 공백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경비원을 새로 뽑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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