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 4명을 음압 병상이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할 때 재난·감염병 특수구급차(음압구급차)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들인 음압구급차를 정작 감염병 사태에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30일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및 의심환자 음압구급차 이송내역’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음압구급차를 이용한 내역은 단 2건이었다. 인천과 강원도 원주에서 각각 옮겨진 의심환자 2명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확진자 4명이 음압구급차로 이송됐다는 기록은 없었다.
음압구급차는 환자실을 완전히 밀폐하고 내부 공기 필터링 시스템을 갖춘 질병 확산 방지용 구급차량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전국에 음압구급차 36대를 배치했다. 이 가운데 30대는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6대는 소방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당 가격은 2억8000만원 수준이다.
질본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지침에 따라 환자석과 운전석이 격벽으로 분리된 일반급차를 이용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질본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음압구급차는 전국에 몇 대 없고 배차를 신청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며 “시급성을 고려해 격벽이 설치된 일반구급차에 방호복을 입은 운전사를 배치해 환자를 이송했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유증상자가 중국 지역을 방문했었는지에 따라 음압구급차 출동 여부가 결정된다”며 “사태 초기에는 우한 지역 방문자로 국한돼 있다가 지금은 중국 전역으로 대상을 넓혔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추가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음압구급차를 갖춰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나 유증상자를 이송할 때에는 음압구급차를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음압구급차가 서울에 8대 있는데 왜 안 쓰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단순 의심환자의 경우 일반구급차로 이송하되 철저한 보호장구를 갖춰야 한다”며 “구급차로 이송한 후에는 차내를 소독하고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신종 코로나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확보한 음압구급차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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