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 직원이 다수 노조에 가입·탈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수 노조에 가입했더라도 ‘유니온 숍’ 협정을 이유로 해당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니온 숍은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노조 가입을 의무화하고, 특정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한 근로자를 해고하기로 한 협정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여객운수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사는 2016년 3월 사업장 내 유일한 노동조합이던 B노조와 “승무직 근로자는 채용과 동시에 자동으로 조합원이 되며 회사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를 면직시킨다”는 내용의 유니온 숍 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2017년 12월 C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사업장 안에 복수 노조가 존재하게 됐다. 기존의 B노조는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가입한 지배적 노조로 바뀌었다.
2017년 8월 입사한 이모씨 등 3명은 입사 뒤 노조에 가입하지 않다가 C노조에 들어갔다. 그러자 회사는 유니온 숍 을 이유로 같은 해 12월 이씨 등을 면직했다. 이씨 등은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명령을 신정했으나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부당해고를 인정 받았다. 이에 A사가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지배적 노조에 대한 가입·탈퇴 없이 곧바로 소수 노조에 가입한 신입 근로자에게도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이 미치는지였다. 1심은 사측이 유니온 숍 협정을 근거로 이씨 등을 해고할 수 있다고 봤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씨 등이 C노조에 가입하자마자 유니온 숍 규정에 따른 면직 통보를 한 것은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신분상 불이익한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라고 봤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근로자에게는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동조합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유니온 숍 협정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가진 단결권과 마찬가지로 유니온 숍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에까지 지배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고,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은 어느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만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입 근로자가 노조 선택의 자유를 행사해 소수 노조에 이미 가입한 경우에는 비록 지배적 노조에 대한 가입·탈퇴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사용자가 유니온 숍 협정을 들어 신규 입사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측은 “유니온 숍 협정의 인적 효력범위를 제한한 판결”이라며 “향후 유니온 숍 협정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가 억제됨으로써 근로자와 소수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보장되고, 근로자의 고용 보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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