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한편에 8년가량 자리하던 해고 시간강사 김영곤(70)씨의 작은 텐트가 20일 철거된다. 김씨의 텐트가 있던 민주광장에는 ‘민주광장 강사 투쟁기림판’이 제작돼 설치된다. 김씨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사법이 시행돼 텐트는 사라지지만 학생들과 밤새 이야기하던 추억은 마음에 남을 것”이라며 지난 투쟁을 돌아봤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의 대표이기도 한 김씨는 계절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 텐트에 머물며 학생들과 함께 강사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사회에 알려왔다. 2005년부터 고려대에서 강사로 일했던 김씨는 2012년 2월 강사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농성용 텐트를 교내에 처음 설치했다.
바로 그 전해 강사의 교원 지위 보장 등을 담은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마련됐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던 때였다. 곧 도입될 것 같던 강사법은 대학 측의 반발로 4번이나 유예됐다. 김씨는 그 사이 대학에서 해고됐다. 그는 텐트에서 대학 시간강사를 대표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냈다.
광장 한가운데 설치된 텐트에는 밤늦은 시간 학생들이 몰려오곤 했다. 김씨를 찾은 학생들은 토론을 하거나 진로, 인생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취미가 없거나 꿈이 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더라. 고민 해결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곤 했다”고 떠올렸다.
비록 재판에서는 졌지만 김씨의 해고무효소송 때 2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그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을 해 법원에 제출했다. 김씨 곁에서 3년 넘게 시위를 함께 해준 학생도 있었다. 그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학생들의 응원 덕분에 계속 투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사법 시행 이후 재정에 부담을 느낀 대학이 강사들의 일자리를 줄여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씨는 이에 대해 “정부 지원이 충분한데도 대학 측이 적은 비용조차 지불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20일 민주광장 텐트를 철거하고 기림판 제막식을 열겠다”며 “기림판은 대학 구성원의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상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텐트와 농성에 쓰인 플래카드는 고려대 박물관 등에 기증할 계획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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