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7)이 피해 여성들과 300억 원에 잠정 합의를 했다. 와인스틴은 이 합의와 별개로 내년 1월 뉴욕주에서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와인스타인과 파산한 그의 영화 제작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 이사회는 와인스타인과 회사 측을 상대로 현재 걸려있는 거의 모든 민사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4700만달러(561억원)를 지불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중 약 2500만달러(299억 원)가 수십 명의 성범죄 피해 여성들에게 지불될 예정이다. 이 비용은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보험회사에서 지불하게 된다. 합의에 따라 와인스타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며 사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NYT는 전했다. 이 합의는 파산법원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와 뉴요커는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했다. 지난 30년간 우마 서먼,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레아 세이두, 애슐리 저드 등 유명 여배우를 비롯해 영화 관계자들까지 그의 성범죄 피해자가 1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와인스타인은 그 모든 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며 성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번 합의와 별개로 와인스타인은 내년 1월 뉴욕주에서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는 각각 2006년과 2013년 두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1월6일 시작하며,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두 고소인의 변호사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금의 상당액이 변호사들 차지가 되고 피해자들에게는 적은 보상만 이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4700만 달러 중 1200만 달러가량이 와인스타인 측을 변호한 변호사들의 수임료로 지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변호사는 또한 이번 합의가 이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와인스타인 컴퍼니와 보험사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합의가 와인스타인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다른 피해자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스타인은 이날 보행기를 타고 법원의 보석심리에 출석했으며, 오는 12일 척추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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