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땅을 기부하고 상 대신 백성들의 구휼을 청한 선비의 후손들이 땅 기부를 통해 그 뜻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달성 서씨 대종회가 옛 구암서원 터(중구 동산동 한옥마을·사진)를 중구에 기부했다. 이는 백성들을 돕고자했던 구계(龜溪) 서침(徐沉) 선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잇기 위한 결정이다.
서침 선생은 세종 6년(1424년)에 당시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던 달성(현 달성공원)을 나라에 헌납했다. 조정에서 공을 기려 상을 내리려하자 상 대신 백성들에게서 거둬들이는 환곡(춘궁기에 관아에서 빌려준 양식)의 이자를 경감해 주도록 조정에 청원했다. 이후 은혜를 입은 고을 백성들이 이를 기리기 위해 회화나무를 심었고 지금도 달성공원에 서침 선생의 이름을 딴 ‘서침 나무’가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암서원은 조선 현종 6년(1665년) 서침 선생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1996년 북구 산격동 연암공원으로 옮겨졌는데 현 구암서원 터에는 1924년 지은 강당 건물 등이 남아있어 전통체험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구는 2500㎡ 규모 부지의 감정가가 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구는 기부 받은 구암서원 터를 지난해 국가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추진 중인 ‘동산동·약령시 일원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주요 거점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추진되는 이 사업은 동산동 한옥지구의 생활환경 개선과 약령시 일원의 상권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이다. 구암서원 터는 기탁자의 뜻대로 문화·역사 보존을 위한 고택영빈관으로 조성된다. 또 문화관광 자원화를 위한 공연장과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기부를 결정한 달성 서씨 대종회에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달성 서씨 문중은 우리나라와 지역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라와 지역 사랑에 앞장선 명문 가문”이라며 “옛 구암서원을 중구민과 대구시민을 위해 내어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본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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