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탈북민 한성옥(42)씨 모자(母子)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26일 서울 관악구 동부하나센터 등 수도권 6곳에 설치됐다.
이날 오전 10시 문을 연 분향소에는 장례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들이 찾아와 두 모자의 안타까운 삶을 위로했다.
센터 관계자는 “(구청직원 등) 관계자들과 지역주민, 탈북민 등 수십 명이 조문하러 다녀간 것 같다”면서 “적십자봉사관이 하나센터와 같이 있어 어머니 봉사자들이 조문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이곳으로 이동해 한씨 모자를 추모했다.
분향소 안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준희 관악구청장, 하나재단에서 보낸 화환 등이 놓였다.
애도 기간은 28일까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조문할 수 있다.
2009년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민 한씨는 아들 김모(6) 군과 함께 지난 7월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냉장고가 비어있는 등 집안에 식료품이 전혀 없었고, 두 사람이 이미 두 달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 때문에 아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 모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 씨 모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정부는 취약세대 전수조사,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탈북민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인 규명과 후속 대응책 등을 둘러싼 탈북민 단체와 정부 간 이견으로 한씨 모자에 대한 장례식은 계속 미뤄져 왔다.
정부와 탈북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달 28일 민주평화당의 중재로 이달 10일로 장례 일정을 합의기도 했지만, 비대위 측이 다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발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은 결국 지난 25일 “인도적 차원에서도 더는 고인의 영면을 늦출 수 없다. 26∼28일 장례절차를 엄수하겠다”고 밝히고 이날부터 장례 절차에 돌입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유가족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한씨 모자의 장례는 관악구청이 맡게 됐다.
비대위는 관악구청과 하나재단의 이번 장례식에 대해 “날치기 장례”라고 비판하며 장례 마지막 날인 28일 하나재단 앞에서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통일부에 ▲ 정부의 사과 ▲ 통일부와 범 탈북민 단체 간 협의기구를 설치 ▲ 전국적인 탈북민 협력망 구축 등을 요구해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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