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린 허위 정보에 대해 정부가 단속할 수 있도록 한 싱가포르의 ‘가짜뉴스법’이 지난달 2일 발효된 후 처음으로 적용됐다. 첫 대상은 대상은 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다.
25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가짜뉴스법’이라고 불리는 ‘Pofma’(온라인상의 거짓과 조작으로부터의 보호법) 사무국은 이날 야당인 전진싱가포르당(PSP) 소속 브래드 보이여 의원에게 페북 글 정정 명령을 내렸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헝 스위 킷 재무장관의 지시로 내려진 정정 명령은 보이여 의원에게 문제가 된 페이스북 포스트의 맨 위에 ‘정정 안내문’을 게재하도록 했다. 해당 포스트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의 투자 결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Pofma 사무국의 명령에 따라 보이여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13일 페이스북 글 위에 정정 안내문을 추가했다. 또 싱가포르 정부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도 포스트에 걸어놓았다. 링크된 정부 웹사이트를 클릭하면 ‘보이여 의원이 올린 거짓말에 관한 정정과 해명’이라는 제목의 글로 연결된다. 이 글에서는 보이여 의원의 페북 포스트 위에 ‘false(거짓)’라는 굵은 글씨의 빨간딱지를 붙인 뒤, ‘falsehood(거짓말들)’라는 소제목 아래 페북 글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Pofma 사무국의 명령과는 별개로 재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보이여 의원의 페북 글은 명백한 허위 사실을 담고 있고,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의회를 통과해 10월 발효된 싱가포르 ‘가짜뉴스법’에 따르면 정부 장관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IT 업체나 해당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거짓으로 판단한 뉴스나 글을 삭제토록 명령하거나, 기사 또는 글과 나란히 정정 내용을 실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 법을 따르지 않는 IT 업체는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7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악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린 개인의 경우, 최장 징역 10년이나 최대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87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인권단체는 물론 IT 업체들도 ‘가짜뉴스법’이 언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면서 입법에 반대해왔다. 올 초 페이스북 아시아-태평양 본부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거짓이라고 여기는 콘텐츠를 내리게 하고, ‘정부 통고’를 사용자들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수개월 내 총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라서 입법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장기 집권 중인 인민행동당(PAP)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는 특수성과 인종·종교가 뒤섞인 인구 분포, 광범위한 인터넷 사용 등을 고려할 때 싱가포르가 가짜뉴스에 취약하다면서 입법을 강행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