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인정 결의안 “트럼프가 막았다”

Է:2019-11-25 15:32
:2019-11-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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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어그러질까…홍콩인권법 서명도 꺼리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에 의해 자행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을 ‘민족 말살’(genocide·제노사이드)로 공식 인정하는 내용의 미국 의회 결의안을 백악관의 앞장서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백악관 지시에 따라 지난 13일 하원의 ‘오스만제국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 인정 결의안’을 상원에서 저지시켰다”고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날이었다.

그레이엄 의원은 당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터키의 시리아 북부 침공 및 쿠르드족 공격을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막상 상원으로 돌아가서는 하원에서 통과된 터키 압박용 결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결의안은 미 하원이 터키의 시리아 침공에 대한 반발의 의미에서 지난달 29일 통과시킨 것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을 격분하게 만든 조치였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은 오스만제국이 1915년부터 10년간 자국내 소수민족 아르메니아인을 100만~150만명 학살한 사건으로 터키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역사 문제다.

하원에서 ‘찬성 405, 반대 11’ 이라는 압도적 표결로 통과된 결의안을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려 했던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의 노력은 그레이엄 의원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미 상원 규정에 따르면 상원의원 한 명의 반대만으로도 결의안 표결을 저지할 수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악시오스와의 통화에서 백악관 요청에 따라 결의안 통과를 막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백악관 입법 담당 관료가 조만간 메넨데즈 의원이 결의안을 제출할 건데 이에 반대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나는 알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의안을 저지한 것과 관련해 “불편한 마음이 든다. (결의안 제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며 “다음번에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돈벌이가 되는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터키의 수반이 미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양국의 관계 회복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까지 합세해 지난 21일 결의안 통과를 재추진했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이 반대했다. 그레이엄 의원과 마찬가지로 백악관의 요청을 받은 그는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터키 등 동맹국과의 민감한 협상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터키의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도입 문제를 두고 철회를 압박하며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 의회가 터키의 인권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낼 경우 협상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는 일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참모들에게 우선 미·중 무역협상을 성사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협상 성사 전까지는 홍콩 문제로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크루즈 의원이 앞서 “미 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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