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교내에 설치됐던 홍콩 시민에게 연대와 지지를 표시하기 위한 ‘레넌 벽’이 철거됐다. 학교가 요청했고 학생들이 자진 철거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절차를 거쳐 게시물을 부착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관장 명의 안내문을 지난 20일 게시했다고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22일 전했다. 안내문에는 “이곳에 게시물을 걸 때는 반드시 중앙도서관 행정실을 방문해 신청 절차를 밟게 돼 있다”며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절차를 거쳐 게시물을 부착하길 바란다”고 적혀있다. “신청 절차를 무시한 게시물은 즉시 철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앙도서관은 학생모임 측에 학교의 방침에 따라 레넌 벽을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에 설치해줄 것을 요청했고, 학생모임은 이를 받아들여 이날 오전 레넌 벽을 자진 철거했다.
학생모임 관계자는 “그동안 누구나 자유롭게 대자보를 부착하던 공간에 이같은 안내문이 붙은 것은 이례적”이라면서도 “홍콩 시위 대자보를 둘러싸고 학교 안팎에서 갈등이 커진 만큼 학교 측 입장을 이해하고 철거 요청에 응했다”고 말했다. 학생모임은 다음 주 중으로 학교 허가를 받아 중앙도서관 내에 레넌 벽을 다시 설치할 방침이다.
서울 시내 대학 중 학교 측이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규제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한국외대도 대학본부가 학생 안전을 이유로 캠퍼스 내에 붙은 홍콩 시위 관련 게시물 일부를 철거했다. 학교 측은 “무책임한 의사 표현으로 학내가 혼란에 빠지고 질서가 훼손된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 구성원이나 자치기구가 아닌 외부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교내 부착 및 관련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한국외대 학생 단체들은 21일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자보 부착 제한 입장을 철회하라”며 “학교 본부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대자보 철거는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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